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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유튜브 하는 골키퍼, 이범수 이야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10-26 05:59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다.

텍스트 대신 영상이 각광을 받으며, 유튜브의 영향력은 날로 막강해지고 있다. 단순한 동영상 제공을 넘어 음악, 검색, 정보, 뉴스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만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 이용자들이 급증하며 동영상을 만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수백만의 구독자를 지닌 유명인사가 됐다. 이들은 트렌드를 이끌며, 막대한 수입을 얻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10대들이 가장 꿈꾸는 직업 중 하나다.

축구계도 이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과거 경기 하이라이트 혹은 선수들의 개인기를 모은 스페셜 등 매니아들이 올려놓은 영상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직접 축구인들이 뛰어드는 분위기다. 은퇴한 골키퍼 레전드 김병지가 대표적이다. 김병지는 자신의 이름과 별명인 꽁지머리를 합친 '꽁병지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다양한 컨텐츠로 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나선 현역 선수도 있다. 경남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이범수다.


사진제공=이범수
이범수는 두달 전 '돌마채널'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2월15일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와의 일상을 다뤘다. 채널 이름도 이 커플의 애칭인 '돌쇠와 마님'을 땄다. 프로포즈부터 결혼 준비 과정, 데이트 모습을 가감없이 공개하고 있다. 현재 구독자수는 477명이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단순히 촬영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막, 음악 삽입 등 다양한 편집을 모두 이범수가 직접한다. 아직 전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그래도 꽤 수준급이다. 이범수는 "채널을 연 것은 두 달 정도 됐는데, 준비는 그 전부터 했다"며 "사실 은퇴 후 제2의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스타도 아니었고,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걱정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평범한 이들이 영상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 싶더라"고 했다.

시작은 드론이었다. 장난감을 좋아하던 이범수는 드론에 관심을 가졌고, 드론으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촬영에 재미를 붙인 이범수는 제대로 된 영상을 만들고 싶어졌다. 편집을 배우기 시작했다. 모두 다 독학이었다. 하다보니 금방 재미를 붙였다. 하면 할수록 성취감이 늘었다. 남의 칭찬도 듣기 좋았다. 무엇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범수는 "낯가림이 심하다. 여자친구와 있을 때는 나름 재미 있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그런 모습이 안나온다. 영상을 편집하면서 내 속마음을 표현하니까 좋더라"고 웃었다.

프로포즈 영상을 직접 만든 이범수는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 개설을 고민했다. 어떤 주제로 할까 하다 여자친구와의 일상으로 정했다. 이범수는 "처음에는 여자친구도 반대했다. 도와달라고 설득했더니 허락해줬다. 여자친구가 워낙 활달한 편이다. 잘 맞춰준다"고 했다. 막상 유튜브 영상을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걱정도 많았다. 이범수는 "코칭스태프나 구단 직원들, 동료들이 봤을 때 축구 안하고 딴짓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훈련, 경기 준비 시간 외에 다른 선수들은 커피 마시고 오락 등을 한다. 나는 그 시간을 활용해 영상을 만들었다. 내 진짜 취미를 지키기 위해 훈련과 경기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사진제공=이범수
이범수는 올 시즌 취미와 성적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부상으로 초반 경기에 나설 수 없던 이범수는 이후 출전 경기마다 선방쇼를 펼쳤다. 무실점으로 승리로 이끈 전북전은 올 시즌 하이라이트였다. 이범수는 손정현 골키퍼와 골문을 나눠 서며 경남의 2위 질주에 일조하고 있다. 이범수는 "이제 선수들도 많이 응원을 해준다. 처음에는 눈치도 많이 봤는데 이제는 영상이 나오면 피드백을 해준다. 자기들도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데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을 반성하는 후배들도 있었다"고 했다. 강원에서 뛰는 형 이범영도 이범수 영상의 팬이다. 이범수는 "형도 많은 응원해주고, 필요한 부분을 조언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범수는 지금 보다 더 영향력이 큰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있다. 그는 "구독자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했다. 진짜 이유는 또 있었다. 이범수는 "유튜브 구독자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나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내 영상에 대한 신뢰를 얻은 다음에는 축구 관련 영상을 올리고 싶다. 자연스럽게 축구팬들을 K리그로 유입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 생활이 먼저다.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서 올 시즌과 같은 활약을 이어가는게 일단 가장 큰 목표다. 선수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이범수의 꿈을 응원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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