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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FA 막장 행정, 국가기금으로 에이전트사 직원 숙박비 불법처리…'뻥' 뚫린 관리시스템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7-04 05:20




대한축구협회의 관리 감독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협회 일부 직원의 독단적 업무로 공적기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올해 초 국가대표지원팀장이 된 A씨는 지난 6월 초 프랑스 살롱 드 프로방스에서 끝난 툴롱컵 대회 기간 중 부적절한 지출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지인을 대표팀에 합류시켜 숙식비를 공금으로 처리했다.

발단은 이랬다. A씨는 현지 업무 편의를 위해 평소 개인적 친분을 유지하던 에이전트사 직원 B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코칭스태프에게 B씨의 신분을 숨겼다. 이미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A씨는 B씨를 선수단과 함께 생활하도록 했다. 자격없는 인사가 대표팀 선수들에 섞이게 된 셈. 가장 큰 문제는 비용 처리였다. A씨는 협회 예산으로 B씨의 숙식비를 해결해 줬다. 이 예산은 신중하게 사용하고 반드시 증빙자료를 남겨야 할 공적자금인 '스포츠토토 기금'이다. 협회의 각급 청소년대표팀은 이 스포츠토토 기금으로 운영되는데 팀 인원을 제외한 다른 인건비나 그 외 인원의 출장비 등은 이 기금으로 정산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A씨는 B씨를 선수단으로 위장시켜 스포츠토토 기금에서 B씨의 숙박비를 처리했다. 명백한 공금 유용이다. 감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A씨의 업무진행은 윗선 보고도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졌다. A씨는 B씨를 현지에서 임시로 활용하겠다는 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김대업 국가대표지원실장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국가대표지원팀장으로부터 툴롱컵 준비과정에서 현지 통역 내지 도우미를 이용한다는 어떠한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B씨의 처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자신의 신분을 숨겨도 모자랄 판에 B씨는 "내가 툴롱컵에 참가한 C선수의 에이전트사 직원"이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다니며 선수들을 동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B씨는 경기 중 코칭스태프만 허용되는 벤치에 앉아 관전했고, 라커룸과 선수들의 방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코칭스태프로 둔갑하고 라커룸을 출입했다는 사실은 방송중계 화면과 B씨가 자신의 SNS에 게재한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 한 축구인은 "나도 B씨의 신분을 알고 있는데 툴롱컵을 보면서 왜 그가 벤치에 앉아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캡처=방송중계 화면

사진캡처=B씨가 라커룸 앞에서 촬영해 자신의 SNS에 게재한 사진.
B씨의 신분을 뒤늦게 알게 된 코칭스태프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벙어리 냉가슴'일 수밖에 없었다. 대회 중이라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축구인들의 자존심마저 짓밟았다. 정정용 감독이 상대팀 전력탐색을 위해 이동할 때 A씨는 코치들에게 선수들 관리를 맡겨두고 B씨와 함께 동행했다.


A씨의 이 같은 행동은 의문투성이다. 역대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툴롱컵에 몇 차례 참가했을 때도 협회는 단 한 번도 통역 또는 도우미를 임시로 대동한 적이 없다. 게다가 이번 대회를 대행한 주최측에선 연락관을 선수단에 배정해줬다. 그럼에도 A씨는 B씨를 현지로 데려갔다. 왜 그랬을까. 영어구사능력이 부족해 통역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했다면 A씨는 자격미달일 수 있다. 국가대표지원팀장은 해외에서 대회 주최측과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아야 할 경우가 허다하다. 영어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인사에게 맡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협회 인사권자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A씨는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원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김학범호의 사전적응 겸 인도네시아 U-23팀과의 연습경기를 위해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당시에도 업무에 소홀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행정력 부재로 두 대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바라보는 23세 이하 대표팀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씨는 자신의 행태를 순순히 인정했다. A씨는 "나의 명백한 실수다. U-19대표팀과 U-23대표팀을 동시에 맡다 보니 업무량이 많았다. 그리고 툴롱컵이 열린 곳이 시골이다 보니 통역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침 개인적 친분이 있는 B씨가 프랑스에 간다고 하길래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것들을 너무 쉽게 생각한 내 잘못"이라고 했다.

B씨가 경기 중 벤치에 앉고 라커룸과 선수들 방에 출입한 것을 제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선수들과 매일 같이 식사하고 같은 곳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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