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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월드컵 두달 앞두고 할릴호지치 전격 경질, 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4-09 09:41


ⓒAFPBBNews=News1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일본이 초강수를 뒀다.

9일 일본 언론은 일제히 '다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이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승부조작 혐의로 경질된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에 이어 2015년 3월 일본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이끌고 한국을 4대2로 꺾는 등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였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성공했지만, 본선을 코앞에 두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성적부진이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B조 1위로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쥔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본선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좀처럼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뉴질랜드에 2대1로 가까스로 이겼고, 아이티와는 3대3으로 비겼다. 11월 유럽원정에서 브라질, 벨기에에 거푸 패했고, 12월 홈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한국에 1대4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할릴재팬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던 3월, 월드컵에 진출하지도 못한 말리,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1무1패에 머물렀다. 일본은 빠른 축구를 일관하며,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할릴호지치 감독의 철학이 일본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빠르게 상대진영에 도달하는 방식을 일본축구에 주입하기 위해, 해외파를 제외하고 J리거들을 상시 소집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지만, 일본 선수들은 이에 적응하지 못했다. 일본은 차기 감독으로 니시노 아키라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U-21 대표팀 감독, 테구라모리 마코토 일본 대표팀 코치 등 자국 인사들을 고려 중이다. 아기자기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일본 스타일로 돌아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팀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독단적인 팀 운영으로 일본축구협회와 마찰을 빚었다. 선수들과도 심심치 않게 충돌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그때마다 "문제는 안에서 해결한다"며 선수들과 관계자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의 자체 조사 결과 선수들의 불만이 생갭다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 유럽원정이었다. 외출 금지 였던 선수단과 달리 스태프는 자유롭게 행동하며 선수단에 위화감이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파와 해외파 간의 간극도 있었다.

스폰서들의 불만도 외면하기 힘들었다. 할릴호지치 감독 부임 후 일본 대표팀에 대한 인기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스타급 선수들을 외면하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독단도 컸다. TV시청률까지 떨어지자 스폰서들은 일본축구협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축구협회는 월드컵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칼을 빼들었다.

과연 이 선택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일본은 폴란드, 세네갈, 콜롬비아와 함께 H조에 속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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