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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리버풀vs맨시티, 안필드 로케 90분 축구 드라마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8-01-15 12:18


ⓒAFPBBNews = News1

[안필드(영국 리버풀)=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정신이 없었다. 경기 전 기대감은 컸다. 경기 내내 골폭풍이 휘몰아쳤다. 끝났다싶은 순간도 왔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만회골이 터져나왔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리버풀은 승리했다. 맨시티는 올 시즌 리그 첫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14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는 90분짜리 축구 드라마가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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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레전드

칼바람이 불었다. 이 바람은 리버풀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가짐을 한 층 더 단단하게 했다. 경기 직전 양 팀 선수들이 도열했다. 리버풀 레전드의 사망을 추모했다. 토미 로렌스. 1957년부터 1971년까지 리버풀에서 뛴 전설적 골키퍼다. 1부리그 우승 두번, FA컵 우승 1번을 기록했다. 몇 해 전 BBC의 한 기자가 리버풀 시내에서 머지사이드 더비와 관련해 리버풀 시민들과 했던 인터뷰가 있었다. 이 영상에서 BBC 기자는 한 노인과 인터뷰를 했다. 1967년 FA컵 5라운드 머지사이드 더비를 기억하냐는 질문을 했다. 그는 "당연히 기억한다. 당시 나는 뛰었다. 리버풀의 골키퍼였다"고 했다. 로렌스는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이런 그가 10일 7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리버풀 팬들은 그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걸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you never walk alone'을 불렀다. 하늘에 있는 전설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동시에 현역선수들에게는 레전드 앞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라는 팬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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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교차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그는 웃었다. 반면 라힘 스털링. 그는 울었다.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했다

체임벌린은 올 시즌 여름 이적 시장 막판에 아스널을 떠났다. 아스널은 그에게 18만파운드의 주급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반면 리버풀이 제안한 주급은 12만파운드였다. 그럼에도 체임벌린은 리버풀을 택했다. 이유는 하나. 포지션이었다.

체임벌린은 중앙에서 뛰고 싶어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지난 시즌 그를 윙백으로 활용했다. 반면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중앙에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리버풀 옷을 입은 체임벌린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경기력이 신통치 않았다. 벵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체임벌린이 리버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체임벌린은 달랐다. 예전의 체임벌린이 아니었다. 경기 전 체임벌린은 "압박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인터뷰했다. 그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에서 압박의 시발점이 됐다.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리버풀이 맨시티를 압도하는데 큰 힘이 됐다. 전반 9분 압박을 통해 볼소유권을 가졌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중거리슈팅으로 선제골까지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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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은 여전히 힘겨웠다. 안필드에서 스털링은 배신자였다. 그는 리버풀 유스 출신이다. 2011~2012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4시즌을 리버풀에서 뛰었다. 2015년 여름 맨시티로 이적했다. 이적하면서 여러가지 잡음을 일으켰다. 리버풀 팬들은 스털링을 용서하지 않았다. 이후 스털링이 안필드에만 오면 리버풀 팬들은 엄청난 야유를 퍼부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리버풀 팬들은 스털링이 볼만 잡으면 야유를 쏟아냈다. 스털링의 움직임은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자신감있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전술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 맨시티는 좌우로 많이 벌려서 경기를 펼치곤 한다. 이날 원톱인 아게로가 많이 움직였다. 그 공간에 스털링을 비롯해 사네와 데 브라위너, 귄도안 등이 침투해야 했다. 그러나 스털링의 침투가 매끄럽지 않았다. 결국 맨시티는 리버풀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리버풀 팬들은 집요했다. 후반 26분 스털링이 교체아웃될때까지 야유를 멈추지 않았다.

쿠티뉴

이 경기 전 리버풀은 에이스를 잃었다. 필리페 쿠티뉴가 바르셀로나도 떠났다. 이날 경기는 쿠티뉴 이적 후 첫 리그 경기였다.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쿠티뉴에 앞서 루이스 수아레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등이 리버풀을 떠나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바 있었다. 또 쿠티뉴는 이미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바르셀로나행이 유력했었다. 리버풀 팬들 가운데서도 쿠티뉴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경기력적인 측면에서도 쿠티뉴의 부재는 크기 않아 보였다. 리버풀은 4골이나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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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맨시티의 저력

맨시티는 금방 무너질 것 같았다. 후반 초반 3골을 내리 내줬다. 올 시즌 맨시티가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센터백들은 약했고 미드필더들은 볼을 쉽게 내줬다. 골키퍼도 실수를 범했다. 만약 1대4로 졌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후 팀의 리듬이 교묘하게 망가질 수도 있었다. 연패에 빠질 수도 있었다. 이 경기에서는 지더라도 뭔가 반전이 필요했다.

맨시티는 올 시즌 선두 독주팀다웠다. 후반 35분 이후 집중력을 보였다. 39분 베르나르도 실바, 46분 일카이 귄도안이 연속골을 넣었다. 3대4까지 따라붙었다. 그 10여분 동안 맨시티는 다시 자신들의 경기력을 회복했다. 한 경기에서 삐끗했을 뿐이다. 그 후유증은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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