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과 함께 하겠다는 각오가 크지 않은 선수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 주겠다. 팀의 승격을 위해서는 모두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행간의 의미를 살펴보면 '우리와 함께 할 의지가 없는 선수는 굳이 붙잡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얼핏 들으면 선수들에게 날리는 섬뜩한 경고다.
부산이 작년 이 맘 때와 크게 달라진 단면이기도 하다. 최 감독의 신년사 이후 부산의 간판 선수였던 임상협(30·수원 이적) 정석화(27·강원 이적)의 이적 발표가 났다. 여기에 최고 핵심 이정협(27)은 5일 중국 쿤밍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부산 선수단에서 빠졌다. 이정협 역시 '탈부산'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일본 J리그나 국내 다른팀으로의 이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만 해도 부산은 클래식 다른 팀에서 도전을 하고 싶다던 이정협과 임상협을 잔류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고인이 됐지만 당시 신임 사령탑이던 고 조진호 감독과 최만희 대표이사가 함께 발벗고 나서 선수들 부모까지 만나 설득작전을 펼쳤다.
최 감독은 부산 취임 당시 "부산에서는 오로지 클래식 승격이 지상과제다. 강원에서 승격을 경험했지만 강원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끌어야 한다. 승격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
부산이 보내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수비자원 김치우(35) 이종민(35) 연제민(24)을 영입했다. 김치우 이종민은 원 소속팀에서 재계약을 받지 못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고 연제민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 수원-부산 임대-전남 이적을 거쳐 이번에 이경렬-윤동민과 트레이드 됐다. 이들 모두 공통점은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은 절실함으로 한껏 달아올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 감독이 선수로 중년에 속하는 김치우 이종민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가 있다. 2년 전만 해도 부산은 대대적인 리빌딩을 통해 젊은피 중심으로 팀을 새로 짜다시피했다. 올해는 이와 반대로 베테랑을 선택했다. 챌린지로 강등될 시기부터 부산의 가장 큰 걱정은 '주장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맏형이나 고참들이 때로는 '악역'도 감수하며 젊은 후배를 이끌고 코칭스태프와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리더가 없었다.
경험 풍부한 김치우 이종민을 통해 팀내 정신무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감독은 강원 시절에도 정조국(34) 오범석(34) 이근호(33) 등 베테랑을 과감하게 영입한 바 있다.
부산 관계자는 "그동안 부산 선수들이 승격을 향한 열망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 감독 부임을 계기로 뜻을 같이 하는 전우끼리 더 견고하게 뭉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