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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굳히기냐, ACL 마지막 희망이냐.'
수원은 한동안 제주와의 맞대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했지만 지난 9월 시즌 4번째 맞대결(FA컵 16강전 포함)에서 2대3으로 패하며 4년간 이어오던 '제주 킬러' 행진이 끊겼다. 준우승을 미리 확정하고 싶은 제주와의 맞대결이 더욱 부담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전력 이탈-부담과의 싸움, 결국 정신력이 답이다
후폭풍이 크다. '캡틴' 오반석과 '공격첨병' 마그노는 누적경고 3회로, 윙백 박진포는 경고 2회 퇴장으로 출전할 수 없다. 부상자도 있다. 안현범 문상윤이 나설 수 없고, '조커' 이은범도 불투명하다.
오답노트가 빽빽하다. 최소 실점을 자랑하던 최후방 라인이 흔들렸다. 최대 강점이던 공격력도 잠잠해졌다. 그나마 골을 책임지던 마그노도, 수원전엔 뛸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조성환 제주 감독의 고민이 깊은 시점이다.
숨 돌릴 틈은 없다. 물러설 수도 없다. 상대는 상승세의 수원. 선택은 정면돌파다. 조 감독은 "기대가 컸던 만큼 마음도 쓰리다. 구슬땀 흘렸던 선수들의 고통은 더 컸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의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했다.
필승엔 왕도가 없다. 이 악물고 더 뛰어야 산다. 결국 '정신력'이다. 조 감독은 "그간 제주를 괴롭혔던 '여름 징크스'도 잊고 올라왔을 정도로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며 "그 동안 만들어온 우리의 축구가 있다. 강한 의지와 정신력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는 진성욱, 멘디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도 호재는 있다. '신태용호 3기'에 이름을 올린 미드필더 이창민의 존재다. 조 감독은 이창민을 필두로, 윤빛가람 권순형 류승우 등 기술과 공격력을 갖춘 클래식 최정상급 중원 조합으로 수원을 공략할 계획이다. 조 감독은 "모든 경기가 그렇듯 수원전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잘 이겨내서 마지막 서울전까지 분위기 끌어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총력전 말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수원은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 이번 제주전에서 무조건 이겨놓고 봐야 한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무패 행진(2승1무)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요하지만 최종 38라운드의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제주전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수원의 최종전 상대는 전북.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지만 수원전에 설렁설렁 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난달 1일 수원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발생한 '충돌사건'의 여운이 아직 생생한 데다 시즌 MVP 운명까지 걸려 있다. 현재 전북 이재성과 수원 조나탄이 MVP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재성은 팀 우승, 도움 랭킹 상위의 후광을 등에 업었고 조나탄은 득점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하위그룹으로 추락했던 수원이 ACL 진출권까지 따내면서 시즌을 마친다면 조나탄의 공헌도에 대한 평가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원은 조나탄이 발목 부상에서 장기 이탈했다가 복귀한 뒤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승승장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상자와 대체 인력 부족으로 붕괴되는 듯 했던 스리백은 군 제대로 복귀한 조성진 김은선의 가세로 조직력이 좋아졌고, 비상용 수비수로 키워둔 이종성이 잘 메워주고 있다. 조나탄이 빠지면서 무뎌졌던 앞선의 날카로움도 거의 완전히 회복됐다. 조나탄이 없는 동안 출전 기회를 늘린 박기동이 종전 컨디션을 회복한 것도 호재다.
수원은 김민우 염기훈이 A대표팀 11월 평가전에 차출되기에 앞서 제주전에 전력 풀가동을 시도할 계획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찜찜하게 패한 부산과의 FA컵 준결승에 대한 아쉬움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ACL 진출로 한풀이하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그래서 "반드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올시즌 홈경기를 모두 마감했는데 FA컵 결승에 올라가지 못해 팬들께 미안하다. 그래서 리그에서 좀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다짐한다.
최만식,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