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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30일 11월 A매치 2연전 명단을 발표했다. 신태용호는 11월 10일 수원에서 콜롬비아, 14일 울산에서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달라져야 한다", "달라질 것이다". 선수들의 이야기다. "이제는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 나부터 강해져야 한다." 신 감독의 몸부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주소는 어지럽다. 선수단을 짓누르는 압박과 부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11월 A매치에서도 '졸전'이 이어진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래서 현재가 중요하다. 꼬일대로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물론 선수들도 현 상황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이미 그들의 손을 떠났다. 오직 대한축구협회만이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한국 축구는 위기다. '삼척동자'도 안다. 정 회장도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현 상황이 급박하다. 춘하추동이 있듯 어느 조직이든 늘 푸를 순 없다. 위기는 숙명이다. 다만 위기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위기대응 연구는 숱하게 이뤄져 왔다. 기업 총수인 정 회장도 잘 알 것이다. 방어적 전략보다 적극적 대응 전략이 더 효율적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늘 '방어적 전략'으로 일관하다 번번이 '골든 타임'을 놓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뒤늦은 경질, 거스 히딩크 감독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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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한국 축구는 '혼수 상태'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살려낼 길이 없는 것이 아니다. 빠른 대응으로 조기에 수습책을 마련해야 '리더'다운 '리더'라고 자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여전히 조용하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감독 선발 기구 신설과 함께 인적 쇄신을 약속했다. 어느덧 10여일이 흘렀고,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감독 선발 기구 신설은 정관 개정 등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인적 쇄신은 또 다른 문제다.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어야 한다. 늦어도 11월 A매치 전에는 납득할 만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A대표팀도 어느 정도 부담을 털어낼 수 있다.
납득할 만한 정 회장의 인적 쇄신 카드가 과연 나올지, 사실 의문도 든다. 과감할 때는 과감해야 하지만 정 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그렇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신중'으로 포장했지만, 외부에서는 '우유부단'으로 평가절하했다. 만에 하나 현 상황을 어물쩍 넘어가려고 생각한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여론이 조용해진 것이 아니다. 지각의 마그마 에너지가 축적돼 화산 폭발이 일어나듯 언제 또 다시 분출할 지 모른다. 현실을 제대로 직식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한축구협회를 일신하자는 주장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 회장이 '만시지탄(晩時之歎)'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 다시 실기한다면 '다음'은 없다.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