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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러시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분명 실망이었다. 2대4 패배. 아픔은 컸다. 완패였다,
왜 신태용 감독은 변형 스리백을 선택했을까. 질문은 여기서 출발한다.
현실적인 조건을 보자. 정상적이라면 포백을 선택했을 것이다. .신태용 감독도 성남 그리고 올림픽,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포백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상황이 달랐다. 포백을 선택하기에는 제약이 따랐다.
어쩔 수 없는 조건이었다. 해외파에서 23명을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측면 수비수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고심 끝에 윤석영(가시와 레이솔) 임창우(알 와흐다) 오재석(감바 오사카)을 선택했다. 윤석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른쪽 풀백 자원이었다. 공교롭게도 윤석영이 다치고 말았다. 임창우와 오재석이 남았다.
여기서 신 감독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가장 쉬운 방법은 오재석을 왼쪽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임창우를 오른쪽으로 하고 포백으로 나설수 있었다. 그렇게 했을 때 신 감독이 얻는 것이 무엇일까. 시간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전에 해오던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시도가 아닌 그저 그대로 하던 것밖에 없다. 결과에 따른 비난의 화살은 조금 늦췄을 수 있다. 그래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명 나이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변화를 선택했다. 쉬운 길인 오재석 왼쪽 임창우 오른쪽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 기회에 새로운 실험을 선택했다. 장현수를 왼쪽 윙백, 이청용을 오른쪽 윙백으로 둔 스리백을 시도했다. 어차피 시간은 많지 않았다. 여기에 스리백에서도 실험을 감행했다. 중앙 수비수인 장현수를 프리롤로 돌렸다. 포어리베로였다. 장현수는 미드필더 그리고 수비 라인을 계속 넘나들었다.
가려진 약점을 찾아라
그 포어리베로의 의도는 좋았다.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경기 후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수들은 물론 신태용 감독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렸다. '잘 다듬는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평가를 내릴 이유는 충분했다. 한국은 빌드업부터 전방까지 이어지는 플레이가 좋았다. 경기를 주도했다. 지난 10경기에 걸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과는 분명히 달랐다.
다만 공교롭게도 불운이 겹쳤다. 4실점 가운데 2실점은 자책골이었다. 불운이었다. 나머지 2골 역시 아쉬웠다. 첫 실점은 코너킥에서였다. 스몰로프가 골을 넣기 직전 그 앞에서는 '돌발 상황'이 있었다. 구자철이 넘어졌다. 선수들은 거기에 시선이 쏠렸다. 그래서 스몰로프가 헤딩슛 할 수 있는 공간을 내줬다. 또 마지막 실점은 골키퍼 선방 후 리바운드볼을 놓쳤다.
여기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선수들로서는 그 '공교로운 부분' 때문에 자신들이 범했던 실수를 놓칠 수 있었다. 결국 이 부분은 코칭 스태프들이 단호하게 짚어줘야 한다.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첫째로 한국의 수비진들이 윗선으로 올라왔을 때다. 한 명이 올라온 뒤 순간적으로 한국 수비진들은 공백을 느꼈다. 러시아 공격수들은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찬스를 만들어냈다. 이 부분을 분명 고쳐야 한다. 두번째는 흐름을 놓쳤을 때다.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러고도 골을 넣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아쉬움에 치를 떨었다. 때문에 상대의 날카로운 공격을 대비하지 못햇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러시아에게 첫 골을 내줬다. 경기를 어렵게 가게 한 시점이었다. 이런 부분들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쉬워서 매력적인
문제는 지금부터다. 신 감독이 이번 러시아전에서 선택한 카드들은 다들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다들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발전의 여지까지 남겨뒀다.
분명 다들 매력적인 카드였다. 이 지점에서 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이 잘 생각해야 한다.
아쉽기에 매력적일 수 있다. 동시에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아쉬울 수도 있다. 이 차이를 분명 잘 가늠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의 결정이 신태용 감독과 그의 코칭 스태들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