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크 안토니오 벤테고디(이탈리아 베로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15번의 터치. 그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그리고 팬들을 매료시켰다. 등장부터 볼터치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이승우(19·헬라스 베로나) 세리에A 데뷔전은 성공이었다.
페치아 감독은 이승우를 선택했다. 한 골을 넣고자 했다. 후반 20분경이었다. 몸을 풀고 있던 이승우를 불렀다. 이승우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후보선수용 조끼를 벗고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페치아 감독 옆에 섰다.
그 순간 변수가 생겼다. 베로나 선수 한 명이 상대 선수와 부딪히며 쓰러졌다. 페치아 감독은 이승우에게 잠시 뒤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후보선수용 조끼도 던져주었다. 만에 하나 부상이라면 이승우 대신 수비수를 넣어야 했다. 이승우는 긴장했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쓰러져있던 선수는 이내 일어났다. 페치아 감독은 이승우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출전 결정이었다. 이승우는 하프라인에 섰다. 교체를 준비했다. 꽤 시간이 걸렸다. 볼이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3분 뒤 처음으로 볼을 받았다. 볼을 주고 공간으로 빠졌다. 이승우가 볼을 잡자 관중들이 박수를 퍼부었다. 1분 뒤 왼쪽 풀백 로물로가 이승우에게 패스했다. 이승우는 볼을 받기 전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속였다. 그리고는 공간으로 치고들어갔다. 라치오 수비는 부랴부랴 파울로 이승우를 막아냈다. 베로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후반 30분 처음으로 임팩트를 보였다. 세번째와 네번째 터치였다. 중앙으로 올라온 이승우는 킨과 볼을 주고받으며 페널티에어리어로 침투했다. 그리고는 오버래핑하는 선수에게 패스했다. 마지막 순간 수비수에 걸렸다. 하지만 전후반 통틀어 가장 강렬한 순간이었다. 3분 뒤 이승우는 첫 슈팅을 때렸다. 프리킥이 문전 안으로 들어갔다. 라치오 수비수가 걷어냈다. 볼이 이승우 앞으로 향했다. 이를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문을 크게 빗나갔지만 속시원한 슈팅이었다.
후반 35분 이승우은 한번의 움직임으로 라치오 수비를 와르르 무너뜨렸다. 여섯번째, 일곱번째 터치였다. 왼쪽에서 볼을 잡은 뒤 드리블을 쳤다. 두 명의 수비수를 흔든 뒤 중앙으로 쇄도하는 선수에게 볼을 찍어차주었다. 이 볼을 다시 받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베로나 선수에게 가기 직전 라치오 수비가 가까스로 걷어냈다.
이후에도 이승우는 활력있는 모습으로 베로나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는 0대3으로 끝났다. 하지만 베로나 팬들은 박수를 쳤다. 그 중에 상당수는 이승우를 향한 박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