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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성공적인 에버턴의 여름, 유일한 흠은 루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7-11 20:31


사진캡처=에버턴 구단 공식 홈페이지

올 여름이적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단연 에버턴이다.

지금까지 벌써 6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골키퍼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전포지션에 걸쳐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잉글랜드 대표팀까지 승선한 수비수 마이클 킨, 지난 시즌 강등된 선덜랜드에서 유일하게 빛난 조던 픽포드, 아약스의 핵심 미드필더였던 데이비 클라센, 말라가에서 14골을 집어넣은 산드로 라미레스 등 면면도 화려하다. 에버턴은 지금까지 9600만파운드(약 1284억원)를 지불하며 빅토르 린델로프와 로멜루 루카쿠를 영입하는데 1억파운드가 넘는 돈을 쏟아부은 맨유에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돈을 투자했다.

에버턴의 폭풍 영입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지난해 2월, 에버턴은 새로운 투자자를 맞이했다. 이란 출생의 영국 사업가 파하드 모시리가 2억 파운드를 투자해 에버턴의 지분 49.99%를 사들였다. 2007년부터 꾸준히 투자자를 찾던 에버턴 입장에서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모시리의 자산규모는 19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 가난한 구단에서 돈이 생긴 에버턴은 지난 시즌 루카쿠를 잔류시킨데 이어 야닉 볼라시에, 애슐리 윌리엄스, 모르강 슈나이덜린, 마르틴 스테켈렌부르크 등을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더했다. 흙속의 진주를 찾는데 익숙한 에버턴과는 다른 행보였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에버턴은 역대급 순위싸움 속 유로파리그 티켓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돈을 손에 쥔 에버턴이 무작정 영입에 나선 것이 아니다. 17년간 에버턴을 이끈 빌 켄라이트 회장은 "철저한 조사 끝에 우리가 마침내 구단을 이끌어갈 완벽한 파트너를 찾았다고 믿는다"며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모시리는 에버턴 정신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돈이 쥐어졌음에도 여전히 에버턴의 전략은 합리적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적절한 금액(미쳐돌아가고 있는 최근 이적시장을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에 영입 중이다.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에버턴은 이들의 성장을 도울, 이들이 성장해 주축으로 자리잡을때까지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들을 데려오고 있다. 에버턴은 추가적으로 아스널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와 스완지의 미드필더 길피 시구르드손 등과도 연결돼 있다.

영입 뿐만이 아니다. 사실 에버턴이 올 여름 폭풍 영입에 나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확실한 수입원, 루카쿠의 존재였다. 루카쿠는 올 여름 에버턴을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루카쿠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이유로 에버턴과의 재계약을 거절했다. 이미 빅클럽의 주목을 받았던 루카쿠는 엄청난 몸값을 예고했다. 선수를 파는데 일가견이 있던 에버턴은 루카쿠 딜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영국 언론에서는 첼시를 넘어 루카쿠를 손어 넣은 맨유가 아닌 7500만파운드를 손에 쥔 에버턴을 이번 딜의 승자로 꼽았다. 2013년 2800만파운드에 루카쿠를 얻은 에버턴은 3시즌간 71골을 얻고 4900만파운드의 차액까지 얻었다.

여기까지는 분명 만족스러운 여름이다. 하지만 한가지 변수, 아니 흠이 있다. 웨인 루니다. 올 여름 에버턴 영입의 정점은 루니다. 적어도 마케팅과 스토리 측면에서는 그렇다. 2004년 숱한 논란과 화제 끝 맨유로 이적한 왕년의 팀 최고 유망주 루니가 13년만에 에버턴으로 돌아왔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영국 언론을 모두 빨아들일만큼 폭발력이 큰 뉴스였다. 루니는 "지난 13년간 에버턴 잠옷을 입고 잤다"고 그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털어놓는 등 고향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루니까지 더한 에버턴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향한 길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경기력 측면을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다르다. 루니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은퇴하러 온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맨유에서 설 자리를 잃은 루니는 '뛰기 위해' 에버턴에 왔다. 문제는 루니의 경기력이 계속해서 하락세라는 점이다. 루니는 지난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조제 무리뉴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 주전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하지만 루니는 전성기의 운동능력을 모두 잃었다. 과거 역동적인 움직임과 폭발적인 슈팅력이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간혹 중앙 미드필더나 측면 공격수로 나섰지만 잦은 패스미스로 템포를 잡아먹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날드 쾨만 에버턴 감독은 루니의 포지션을 '공격'으로 못박았다. 고향에서 회춘하면 좋겠지만, 루니가 최근 보여준 경기력을 보면 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루니는 전성기에도 운동능력에 좌우되는 스타일이었다. 루니가 부진할 경우 에버턴의 골칫덩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루니가 에버턴에서 받는 주급은 맨유 시절의 절반이지만 여전히 에버턴 최고 수준이다. 에버턴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여기에 뛰러 온 고향팀에서 벤치에 앉는 것은 맨유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것과는 루니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루니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로 가득한 에버턴의 계륵이 될 수도 있다.


분명 루니와 에버턴의 재회는 '해피스타팅'이었다. 하지만 내년 5월 결말은 어떨까. 해피엔딩? 새드엔딩?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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