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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이적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단연 에버턴이다.
돈을 손에 쥔 에버턴이 무작정 영입에 나선 것이 아니다. 17년간 에버턴을 이끈 빌 켄라이트 회장은 "철저한 조사 끝에 우리가 마침내 구단을 이끌어갈 완벽한 파트너를 찾았다고 믿는다"며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모시리는 에버턴 정신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돈이 쥐어졌음에도 여전히 에버턴의 전략은 합리적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적절한 금액(미쳐돌아가고 있는 최근 이적시장을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에 영입 중이다.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에버턴은 이들의 성장을 도울, 이들이 성장해 주축으로 자리잡을때까지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들을 데려오고 있다. 에버턴은 추가적으로 아스널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와 스완지의 미드필더 길피 시구르드손 등과도 연결돼 있다.
영입 뿐만이 아니다. 사실 에버턴이 올 여름 폭풍 영입에 나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확실한 수입원, 루카쿠의 존재였다. 루카쿠는 올 여름 에버턴을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루카쿠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이유로 에버턴과의 재계약을 거절했다. 이미 빅클럽의 주목을 받았던 루카쿠는 엄청난 몸값을 예고했다. 선수를 파는데 일가견이 있던 에버턴은 루카쿠 딜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영국 언론에서는 첼시를 넘어 루카쿠를 손어 넣은 맨유가 아닌 7500만파운드를 손에 쥔 에버턴을 이번 딜의 승자로 꼽았다. 2013년 2800만파운드에 루카쿠를 얻은 에버턴은 3시즌간 71골을 얻고 4900만파운드의 차액까지 얻었다.
하지만 경기력 측면을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다르다. 루니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은퇴하러 온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맨유에서 설 자리를 잃은 루니는 '뛰기 위해' 에버턴에 왔다. 문제는 루니의 경기력이 계속해서 하락세라는 점이다. 루니는 지난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조제 무리뉴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 주전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하지만 루니는 전성기의 운동능력을 모두 잃었다. 과거 역동적인 움직임과 폭발적인 슈팅력이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간혹 중앙 미드필더나 측면 공격수로 나섰지만 잦은 패스미스로 템포를 잡아먹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날드 쾨만 에버턴 감독은 루니의 포지션을 '공격'으로 못박았다. 고향에서 회춘하면 좋겠지만, 루니가 최근 보여준 경기력을 보면 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루니는 전성기에도 운동능력에 좌우되는 스타일이었다. 루니가 부진할 경우 에버턴의 골칫덩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루니가 에버턴에서 받는 주급은 맨유 시절의 절반이지만 여전히 에버턴 최고 수준이다. 에버턴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여기에 뛰러 온 고향팀에서 벤치에 앉는 것은 맨유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것과는 루니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루니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로 가득한 에버턴의 계륵이 될 수도 있다.
분명 루니와 에버턴의 재회는 '해피스타팅'이었다. 하지만 내년 5월 결말은 어떨까. 해피엔딩? 새드엔딩?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