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야흐로 독일축구의 전성시대다.
최근 독일대표팀의 성적표는 눈부실 정도다. 성인대표팀은 2006년 독일월드컵(3위) 이후 참가한 모든 메이저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유로2008 준우승, 2010년 남아공월드컵 3위, 유로2012 준우승,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 유로2016 준우승에 성공했다. 연령별 대표의 활약도 빛났다. 2008년 이후를 기준으로 U-21 대표팀은 UEFA U-21 챔피언십에서 두번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U-19 대표팀도 UEFA U-19 챔피언십에서 두차례 결승에 올라 모두 정상을 거머쥐었다. U-17 대표팀도 UEFA U-17 챔피언십에서 4차례나 결승에 올라 한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토록 인연이 없었던 올림픽에서도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독일이 이토록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놀라울 정도의 큰 선수풀이다. 독일은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2군을 내보냈다. 메주트 외질, 마누엘 노이어, 마츠 후멜스, 제롬 보아텡, 토마스 뮐러 등을 모두 제외했다. 유럽선수권대회와 월드컵을 연이어 치른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기 위한 요아킴 뢰브 감독의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이 선택을 두고 최정예 멤버로 대회를 치르길 원했던 러시아와 FIFA측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하지만 독일의 젊은 전차군단은 코파아메리카 2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칠레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 대표팀의 평균연령은 만 24.5세였고, 선수 한 명당 평균 A매치 출전 숫자도 11.7경기에 불과했다. 무려 6명이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요슈아 킴미히, 레온 고레츠카, 티모 베르너, 르로이 사네, 엠레 찬, 율리안 브란트, 마티아스 긴처, 니클라스 쥘레 등 컨페더레이션스컵 멤버 중 상당수가 21세 이하 대표팀과 겹쳤다. 하지만 독일 U-21 대표팀 역시 1.5군에 가까운 전력으로도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에 얼마나 젊은 인재들이 많은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DFB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자격증 획득과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에 드는 비용을 지원해주고 데이터 분석 툴을 개발해 전국에 있는 유소년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특히 독일 유망주들을 격려하기 위해 프리츠 발터 메달을 신설해, 연령별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올렸다. 이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의 변화는 유럽에서 가장 튼튼한 경제를 가졌고,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독일이라는 건강한 나라와 만나 시너지를 냈다.
결실은 달콤했다. 단순히 지금 독일의 황금세대를 이끄는 스타 선수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리그 자체가 젊고 건강하게 바뀌었다.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의 20% 정도가 유스 아카데미 출신이다. 리그의 평균 연령도 27세에서 25세로 낮춰졌다. 이들을 앞세운 분데스리가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1세부터 22세에 이르는 프로 아카데미에는 아직도 1군에 데뷔하지 못한 5400명 정도의 선수들이 자리해 있다는 점이다. 독일이 향후에도 유럽을 넘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이다. 독일의 전성시대는 성인 대표팀은 물론 연령별 대표팀이 아시아 무대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