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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감동을 아직 잊을 수 없다. 2002년 6월 4일,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서 벌어진 한-일월드컵 한국-폴란드전. 황선홍의 왼발 발리 결승골(전반 26분)과 유상철의 중거리 쐐기골(후반 8분)이 폴란드 골망을 흔들었다. 2대0 승리. 우리나라 축구 역사 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 승리에 '붉은악마'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날의 승리를 시작으로 태극전사들은 안방에서 '4강 신화'라는 전대미문의 '미라클(기적)'을 썼다. 미국과 비겼고, 포르투갈을 잡았다. 16강서 이탈리아를 연장 골든골(안정환)로 물리쳤고, 여세를 몰아 스페인을 PK 끝에 제압, 4강에 올랐다.
그러나 8강 이상을 노리는 우리에게 기니는 반드시 넘어야 첫 산이다. 승리하면 좋은 분위기를 탈 것이고, 질 경우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23일, 전주)에 큰 부담을 갖게 된다. 3차전(26일, 수원) 상대는 잉글랜드다.
태극전사를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우리는 조별리그를 2승1무, 조 1위로 통과하고 싶다"고 했다. 이 1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니를 물리치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2002년에도 선배 태극전사들은 조별리그를 2승1무로 통과, 파죽지세를 타면서 4강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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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영리하게 공을 찼던 '꾀돌이' 신태용 감독은 스무개가 넘는 다양한 세트피스 패턴을 준비했다. 그는 약 서른살 차이 나는 신세대를 다룰 줄 아는 '밀당'의 고수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 100%를 기니전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선배 태극전사들은 2002년에 앞서 까마득한 1983년 멕시코 청소년(U-20)월드컵서 첫 4강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은 스코틀랜드와의 1차전(0대2) 패배를 딛고 멕시코(2대1)와 호주(2대1)를 연파했고, 8강전에서 우루과이를 제압해 4강에 올랐다. 비록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1대2로 졌지만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근성이 넘치는 플레이는 큰 감동을 주었다. 이후 우리는 세 차례 8강(1991년, 2009년, 2013년), 두 번 16강(2003년, 2011년)에 올랐지만 멕시코대회의 성적을 넘지 못했다.
지금 우리의 당찬 태극전사들에게 멕시코 4강은 태어나기도 전인 34년 전 대사건이었다. 그날의 감동을 영상과 사진으로 만난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34년을 뛰어넘어 새 드라마를 쓸 준비를 마쳤다. 선배들이 '독한' 축구를 했다면 후배들은 '즐거움'이라는 색깔을 더했다. '신바람 코리아', 15년 만에 다시 온 국민이 붉은 물결로 하나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