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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추억 마케팅이 아닙니다."
구덕운동장 부활은 올 시즌 부산 아이파크의 2번째 프로젝트다. 과거 야구 못지 않았던 부산의 축구열기를 되살리기 위한 기획으로 부산-경남의 '낙동강 더비'에 이어 등장했다.
구덕운동장은 부산 축구팬들에게 '메카'로 기억된다. 한국 프로축구 태동기부터 2002년 초반까지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의 진한 추억이 여운처럼 남아있는 곳이다.
대우 로얄즈는 당대 최강의 팀으로 군림했고 김주성(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 정용환(2015년 별세) 하석주(아주대 감독) 정재권(한양대 감독) 이장관(용인대 감독) 안정환(20세이하 FIFA 월드컵 홍보대사) 등 숱한 빅스타들을 배출했다. K리그 최초의 최다 연속 무패(21경기), 최초 리그 4회 전관왕(1997년) 등의 대기록도 구덕운동장 시절 나왔다.
구덕운동장 부활 프로젝트를 확정하기까지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 우선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부산이 구덕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당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17년 시즌 챌린지 리그 경기일정을 모두 짜놓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이사를 지낸 최만희 구단 대표가 "자꾸 사직-구덕을 왔다갔다 할 게 아니라 부산축구의 부활을 위해서라도 부산시민에게 더 친숙하고 상징적 의미도 깊은 구덕운동장에 아예 뿌리를 박자"며 강력한 추진력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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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사무국은 바빠졌다. 부산에서 원정경기를 치르는 상대팀들을 설득해야 했다. 정해진 스케줄을 다시 바꾸자니 흔쾌히 받아들일 상대가 어디 있으랴. 더구나 일정을 변경하려다보니 5∼6월 6경기 정도가 연속 홈경기로 치러지게 됐다. '승점 잘 따려고 꼼수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이에 부산 구단은 "축구 전체의 판을 살려보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 "연속 홈경기 이후 연속 원정경기를 치르는 불리함도 있지 않느냐"며 읍소작전을 펼쳤다. 부산 관계자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상대팀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준 덕분에 일정 변경이 잘 풀렸고 이를 토대로 연맹의 승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윈-윈효과를 위한 물밑작업도 병행됐다. 내셔널리그 부산교통공사와의 공생이다. 구덕운동장은 원래 부산교통공사가 홈경기장으로 쓰던 곳. 부산교통공사와 홈경기장을 공유하면서 '부산축구=구덕운동장'이란 이미지 마케팅에 협력하기로 했다. 부산과 부산교통공사는 홈경기를 할 때마다 서로의 다음 경기를 홍보하고 응원을 위한 교환방문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자치단체들도 서로 환영했다. 사실 부산시는 그동안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이 K리그 외 각종 단체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었지만 부산 구단 때문에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부산 구단도 부산시 눈치를 봐야 했다. 특히 단체행사가 많은 9∼10월이면 어쩔 수 없이 비켜났다가 행사 이후 엉망이 된 잔디를 보수하느라 고충이 많았다. 구덕으로 이사가면서 이런 고민이 일거에 해소됐다. 그런가 하면 축구, 야구, 농구가 사직동에 몰려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던 서구, 중구, 사하구 등 서남부권 구청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부산은 올 시즌 지금까지 구덕운동장 2경기서 평균 4593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작년 시즌 1534명보다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축구성지' 구덕운동장 시대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