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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으면 잇몸으로…헝그리 광주 '약진의 꿈'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4-05 16:30


광주의 공격수 조주영(왼쪽에서 네 번째)이 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에서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결핍은 행동하게 한다.

광주는 늘 결핍 상태다. 이를 메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광주는 센 팀과 붙어도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는 팀이 됐다.

K리그 클래식은 한국 최상위 리그다. 날고 긴다는 선수들이 모두 모인 치열한 전쟁터이다. 삐끗하면 나락이다. 거액을 투자해 A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이유다.

하지만 광주에는 '스타'가 없다. 예산이 빠듯하다. 영입을 하더라도 지켜낼 여력이 없다. 강원으로 떠난 MVP 정조국이 대표적이다. 광주의 선발 명단을 보면 23세 이하 선수들이 많다. 7~8명쯤 된다. 그나마 줄어든 게 이 정도다. 지난 시즌엔 10명 넘은 적도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돈이 없어서다.

선수층 얇은 건 두 말 하면 잔소리. 안 그래도 없는 살림, 더 힘들어졌다. 클래식 4라운드 제주전(1대1 무)에서 정영총 이한도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정영총은 오른쪽 발등 골절, 이한도는 발목 인대 파열이다. 둘 다 복귀에 5주 이상 걸린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외국인선수 바로스는 허벅지 상단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졌다. 약 3주간 뛸 수 없다. 주축 수비수 김영빈은 발목 부상서 회복중이다. 미드필더 본즈는 무릎에 물이 찼고, 김정현은 어깨 수술을 받았다. '기대주' 나상호와 김시우도 부상, 여봉훈은 제주전 경고 2회 퇴장으로 5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 다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이탈자가 많다.

그럼에도 광주는 기가 죽지 않는다. 평소처럼 늘 당당하다. "언제는 우리가 뭐 있었간디?" 기영옥 단장은 걱정이 없다. 대신 믿음이 있다. "우리 애들이 안 유명해도 잘 해." 남기일 감독도 웃는다. "우리는 언제나 어려웠다. 쉽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남 감독은 "리그 초반에 어려운 일들이 생겨 오히려 다행이다. 어차피 위기는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라며 "광주는 선수 몇 명 빠진다고 색깔 못 내는 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핍은 광주를 강하게 단련시켰다. 선수단 대부분이 창창한 20대 초중반이지만, 그들은 언제나 '끝'을 생각한다. '광주에서도 자리 못 잡으면 끝장'이라는 마음가짐. 광주는 절박함으로 뛴다.

돈 없지만 '깡'이 있고, 스타 없어도 '원팀'이라는 믿음으로 뭉쳤다. 광주 선수들은 한 목소리다. "모두가 광주를 약팀이라고 해요. 우리도 다 알아요. 그런데 자신 있어요. 솔직히 우리랑 붙어서 쉽게 경기하는 팀 없어요."

광주의 역사는 도전 그 자체다. 2015년 승격팀 최초로 클래식 잔류를 달성했다. 2016년엔 클래식 8위로 구단 창단 이래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주린 배를 참고 큰 꿈을 꾼다. 꿈을 꾸는 한 광주는 '약팀'이 아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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