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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순간이다. 태극전사들은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슈틸리케호는 앞서 열린 이란 원정에서 0대1로 패했다. 유효슈팅은 '0'개에 그쳤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의 '소리아 발언'으로 분위기는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았다. 감독과 선수를 하나로 묶어줄 중재자, 적임자는 차두리였다.
효과는 있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의 굳은 신임을 얻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 차두리는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제압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캡틴' 기성용은 21일 중국전을 앞두고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차두리 분석관과는 경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며 "현역 선수들과 대표팀 생활을 함께 했었기에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로서 경험이 많아 조언을 해준다. 선수들도 힘을 받고, 나도 도움을 받는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다시 뭉친 '설-차'는 23일(한국시각)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최종예선 6차전에 동시 출격한다. 중국전은 러시아월드컵의 분수령이다. 6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반면 중국전에서 패하면 슈틸리케호는 또 다시 풍랑에 휩싸이게 된다.
쉽지 않은 대결이다. 상대는 변했다. 신임 감독을 등에 업고 나온다. 새 단장을 마친 중국이 어떤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날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과 중국은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이 최고조에 올라 있다. 어수선한 상황인 만큼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젊은 형님' 설기현과 차두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선수에서 코치로 대표팀에 재승선한 두 젊은 형님이 후배들을 이끌고 중국 안방에 공한증을 다시 펼쳐보일 수 있을까. 벤치에서 보내는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