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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or♥League]제종길 안산시장 "안산 창단 첫승 가치? 100억원 이상"
"한-일 월드컵 4강때보다 기뻤다. 1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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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장은 "그날 승리는 돈으로 환산한다면 1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그 한 게임으로 엄청난 창단 효과를 누렸다. 창단을 모르는 시민도 많았다. 개막전 첫승 후 만나는 시민들마다 '2대1'을 말했다. 일주일 정도는 축구 이야기만 한 것같다. 안산 시민 모두의 공통화제였다." 축구단이 가져온 통합 효과를 몸소 체감했다. "누가 봐도 실력 차가 뚜렷한데 투혼을 발휘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승리하는 모습에 나도, 시민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한-일 월드컵 4강보다 훨씬 더 재밌었다. 왜? 우리 팀이니까. 8000명 관중들과 평생 못 잊을 경기를 함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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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그리너스(Greeners)' 라는 네이밍과 상징색인 '초록빛', 마스코트 '초록늑대'는 서울대 해양학과 출신 환경생태운동가인 제 시장이 걸어온 길과 일맥상통한다. '생태, 환경, 에코 안산' 이미지와 부합된다는 말에 제 시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민들이 투표로 선택했지만 내 생각도 같았다. 안산의 초록색은 '숲'을 상징하는 그린"이라고 설명했다.
시민구단은 안산의 숙원이었다. 제 시장은 "내 임기중에 실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못했다"며 웃었다. "할렐루야, 경찰청 축구단 시대를 지나왔다. 경찰청 축구단의 한계에 대한 말들도 나왔다. 경찰대학이 아산으로 이전하는 시점에 마침 아산시가 축구단을 원했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 안산 시민구단 창단이라는 오랜 꿈이 실현됐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구의 12%가 다문화 가정인 안산에서 축구는 통합의 통로다. 제 시장은 시민구단 창단의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안산은 산업도시이자 다문화 도시다. 전국 각지, 세계 각국에서 오신 분들이 모여 산다. 외롭고 쓸쓸하고 넉넉하지 않은 분들도 많다. '안산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뭔가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축구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축구를 통해 뭔가를 해결할 수는 있다. 젊은 사람들의 가슴에 끓고 있는 용광로를 누군가는 녹여줘야 한다. 스포츠는 합법적인 전쟁이다. 머리가 터질 것같은 시대에 청년들의 분출구가 될 수 있다.무엇보다 다문화가정 2세들을 행복하게 해줄 무언가를 하고 싶다.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안산은 최근 18세 이하 유스팀에 남수단, 나이지리아 출신 선수들을 선발했다. 제 시장의 꿈은 "K리그 최초의 다문화 축구단"이다. "귀화도 환영한다. 다문화 선수들을 집중육성할 것이다. 4~5년 후 피부색도 외모도 다른, 아프리카 아이들이 안산시민이 돼 와스타디움에서 뛰는 모습을 기다린다"고 했다. 베트남, 태국, 조선족 선수 영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제 시장은 "베트남, 태국 선수가 있다면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 나라 출신 안산 시민들이 축구장을 찾지 않겠나.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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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장은 호주 체류 시절, 프로 연고팀의 가치를 직접 보고 배웠다. "내가 살던 호주 빅토리아 질롱에 '질롱캐츠'라는 오지풋볼팀이 있었다. 만년 준우승 팀이었는데, 한 경기만 이기면 우승이 확정되는 원정 경기였다. 선수들이 원정버스를 타고 가는데, 시민들이 그 버스를 배웅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수백m 거리에 식탁을 펼치고 파티를 시작했다. 온동네가 축제였다."
시민구단 창단을 목표 삼은 제 시장은 J리그 반포레 고후를 2번이나 방문했다. 제 시장은 "기왕 할 거면 잘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의 작은 구단, 반포레 고후의 14년 연속 흑자경영을 벤치마킹하고자 했다. "반포레 고후는 적은 예산으로 흑자를 내는 모범구단이다. 고후시 전체 인구가 20만 명 정도다. 허름한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데 매경기 3만 명이 꽉꽉 들어찼다"고 떠올렸다. "연변도 갔었다. 조선족 자치구의 축구 열기도 일본 못지 않았다. 다른나라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나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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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장은 지난 1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테니스 선수' 나달의 투혼을 언급했다. "나달은 어찌 보면 한물간 선수다. 조코비치, 페더러에 비해 처진다. 페더러와의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달을 응원했다. 죽기살기로 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5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무너졌지만, 나달이 그날처럼 멋진 적은 없었다. 우리도 나달과 비슷하다. 실패하고 한물간 선수들이 모여 있다. 나달처럼 죽을 각오로 싸우지 않으면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안산은 대한민국 '축구 미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구단이다. '내셔널리그 1강' 울산미포조선이 해체된 후 12명의 선수가 안산 유니폼을 입었다. 20대 중후반, 7명의 선수가 개막전에서 '늦깎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2000만~3000만원의 박봉에도 프로의 꿈을 이뤄준 그라운드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제 시장은 "안산이 축구 미생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구단이 되길" 바랐다. "희망이라고는 몰랐던, 시스템에서 버림받은 이 선수들이 독을 품고 하면 역사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잉글랜드 레스터시티처럼"이라는 한마디는 의미심장했다. "사실 우리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다. 물론 꼴찌는 용납 못한다. 3위 안에 들면 모든 선수들을 업어줄 것"이라며 하하 웃었다.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워줄 것, 포기하지 않는 정신, 지면 원통해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경기만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 시장은 K리그를 '직관 출석률'이 가장 높은 '구단주 시장님'이다. "홈 경기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간다. 시장이 시민들을 오라고 하면서 모른 척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접 표를 구입해 현장에 간다. 안산의 개막전 유료관중 비율은 86.5%로,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높았다. 제 시장은 "시의원들, 국회의원들에게도 표를 주지 않는다. 나도 직접 표를 사고, 시의원들도 직접 산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올시즌 두번째 홈경기, 시장님은 어김없이 현장을 지켰다. 후반 26분, 루카의 결승골이 터지는 순간 서포터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뜨겁게 환호했다. '구단주' 시장님의 진심이 통했을까. '초록늑대' 안산은 안양과의 '4호선 더비'에서 또 한번 승리했다. 상록수 처럼 늘 푸르른 희망을 꿈꾸는 안산. 그 속에 빚어진 유쾌한 홈 2연승이었다.
안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