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이용수 위원장 1편 "히딩크=임기응변, 슈틸리케=FM"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3-20 18:55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 인터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3.14/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한 이용수 위원장. 스포츠조선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수렁에 빠졌다.

기술위원회가 도마에 올랐다. 위원장이 축구협회 간부급 직원이라 독립성이 부족했고, 전문성도 떨어졌다. 무늬만 있을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새롭게 판을 짜야 할 정몽규 당시 신임 대한축구협회장의 답은 하나였다. 이용수 카드였다. 이 위원장은 역대 기술위원회 가운데 가장 독립적인 운영을 하며 거스 히딩크 감독 영입 등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위원장은 한-일월드컵 이후 재야에 묻혀 야권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역량은 정 회장에게도 매력적이었다.

이 위원장은 다시 한국축구의 중심을 잡았다. 그의 손에 의해 다시 외국인감독 시대가 열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 위원장의 작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굴곡이 있었지만 연착륙에 성공했다. 역대 최장수 대표팀 감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한국축구 개혁을 위한 과제도 소홀하지 않았다. 유소년 육성부터 승강제까지 손에 잡히지 않던 실체들이 그의 체제 하에서 서서히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 사이 이 위원장의 직함에는 새롭게 부회장이 붙었다. 정신 없이 보낸 3년은 그에게 어떤 시간들이었을까. 이 위원장이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의 이면부터 발전을 거듭하는 중국축구에 대한 부러움과 5월에 열리는 U-20 월드컵에 대한 기대들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풋볼팬타지움에서 이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회장과 위원장 중 위원장으로 불리는 게 편한가.

부회장 하면 안 쳐다보고 익숙하지 않다. 기술위원장이라고 불리는 게 낫다.


-두번째 기술위원장을 맡고 2년반 정도 지났다. 2002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른데.

2002년에는 우리가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한 상황이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면서 반드시 16강을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2조원이 넘는 돈으로 경기장 10개를 지었다. 그때는 온 국민이 대표팀을 성원했고, 1년 6개월 동안 230일 이상 훈련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중국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전을 앞두고 프로연맹 그리고 구단과 협의를 하고 있다. 이제는 K리그나 국내팀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서 가는 상황이다. 대표팀만을 강조해서는 전혀 안 통한다. 팬들의 기대는 한단계 더 높아졌다. 일반 팬들의 축구에 대한 지식 수준이 2002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라와 대표팀 운영하기가 더욱 힘들다.

-기술위원장으로의 역할도 달라진 부분이 있나.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는 1년6개월 동안 대표팀의 경기력을 높이는데만 집약적으로 노력했다. 지금은 모여서 2~3일 훈련하고 경기 치르는 상황이다. 유소년 상황부터 올바른 이해가 되지 않으면 대표팀에서 변화가 불가능하다. 기술위, 전임지도자가 협회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은 우리나라 축구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정리해서 한국축구의 DNA, 플레이 스타일, 철학 등을 문자화해서 표현으로 정리해서 나누고 이에 따른 주요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동영상 연령별 대표 영상을 첨부해서 지도자는 물론이고 선수들이 동영상 문자 등을 보면 어떻게 해야할 것이지 생각을 통일화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장 중점적으로 하려는 부분이다.


2002년 히딩크 감독과 이용수 위원장 스포츠조선
-거스 히딩크와 울리 슈틸리케를 영입했는데 둘을 비교하면.

네덜란드 사람 히딩크, 독일인 슈틸리케, 어쩌면 네덜란드 사람, 독일 사람이라는 특징이 지도자로의 특징으로 많이 연결된다. 히딩크는 임기응변적인 경기상황, 선수들의 심리 등을 잘 관리했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FM'대로 한다. 본인이 생각했던 원칙적인 부분, 지도자로 어떻게 해야할지가 확실하게 서 있다. 그에 따라 늘 같은 행보, 같은 방법으로 하고 있다. 지금 대표팀은 최종예선을 하고 있는 중이다. 2002년에는 최종예선 안하고 여유를 갖고 본선을 준비했다. 지금 최종예선은 여러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2차와 최종은 다르니까. 그 과정에서 선수도 강해지고,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면서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면서 월드컵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 슈틸리케는 예선부터 가는 상황이고 히딩크는 거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 인터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3.14/
-슈틸리케의 인간적인 매력은 뭔가.

슈틸리케 감독은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독일 사람, 무뚝뚝하고 표현 안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실제로 유머가 많다. 재미있는 표현을 많이 한다. 처음에 계약을 하고 조건을 이야기할 때였다. 당시 내가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 "일이 잘 안 되면 기술위원장인 내가 그만두고, 그 다음 감독이 그만두는 수순이 될 것이다." 그랬더니 슈틸리케 감독이 "시작도 하기 전에 경질하는 것부터 이야기 하냐"고 하더라.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무뚝뚝하지만 자상하고 유머가 있다.

-슈틸리케를 본 첫 느낌은.

원칙대로 한다는 느낌이었다. 통역을 이야기할 때 당연히 독일 통역을 주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스페인어 통역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체력담당하면서 어시스턴트 코치로 카를로스 코치를 이야기하면서 이 사람이 아르헨티나 사람이니까 스페인어 통역만 있으면 다 될 수 있다고 하더라. 배려라는 측면이 와닿았다. 협회나 나를 배려한다는 느낌, 원칙과 배려라는 두 단어가 첫 느낌이다.

-A대표팀에 코치가 적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감독님하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신태용 코치를 20세 이하 팀으로 보내면서 외국인 코치를 포함해서 두 사람을 고심 끝에 결정했다. 한사람은 독일, 하나는 스위스, 여러 경력면에서 독일은 나이가 많았고 스위스인은 50대 중반, 감독님과도 친분이 있었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과 계약기간을 맞추려고 하다보니까, 올해부터 하면 1년6개월이 안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별도로 또 해주는 것은 안 맞고 그 문제 때문에 난색을 표했다. 그래서 국내 지도자로 전환했다. 국내 지도자 3명 정도를 추렸고 그중 설기현 코치 빼고는 새롭게 팀을 맡게 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그래서 설기현으로 했다. 설기현도 같이 이야기해보고 경력을 보고 좋다고 하더라. 설기현 코치는 성균관대 현직 감독으로 있으니까 처음에는 고민하다가 지금 자리에 없는 사람만 찾기에는 시간이 필요해서 성균관대 스포츠 단장님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다.

-설기현과 차두리는 지도자 경험이 적은데.

경험이나 역량에서 모든 것을 다갖고 있는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 더구나 대부분 능력 있는 인물은 프로팀을 맡고 있어, 사람 찾기도 어렵다. "차두리 설기현이 너무 젊지 않냐, 경험있는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 인터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3.14/
이가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는데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감독 스타일상 슈틸리케 감독은 본인이 모든 것을 직접 하는 스타일이다. 할일 없이 사람만 많으면 뭐하냐고 하더라. 설기현 차두리는 지도자 경력은 짧지만 선수로 좋은 경험, 힘든 경험을 했다. 지도자로 경험이 많아서 어시스턴트 역할도 필요하지만 대표팀은 대표 선수로 경기 경험을 다양하게 한 지도자가 있는 것이 실제로는 도움이 된다.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더 젊은 지도자들이 더 많이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슈틸리케 축구에 대해 평가하면.

슈틸리케 감독이 온 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내가 전술 미팅에 일부러 가서 듣는다. 메모도 한다. 대표팀 간섭이 아니라 감독이 이야기했을 때 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안 되는게 무엇인가, 안되는 것을 유소년부터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생각을 정리 하기 위해 듣고 있다. 개인적으로 슈틸리케가 상대를 분석하고 끌어가고자 하는 것은 경기 상황에 잘 맞아떨어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지켜보면 감독의 전술적 판단은 잘 되고 있다. 상대 분석과 우리선수 능력을 잘 연결하고 있다. 100% 전술적으로 감독이 의도한 것을 한 적이 있다고 본 건 동아시안컵 첫 경기 스리톱과 제로톱 형태로 해서 이종호 김승대 이재성이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중국을 꼼짝 못하게 했다. 제일 기분 좋게 이긴 경기였다. 최종예선은 상대도 강하니까, 작년에 아시안컵과 비교하면 수비라인이 많이 무너져 내렸다. 차두리 김영권 곽태휘 김진수, 이 중 3명이 빠졌다. 이 용이 들어와서 해줘야 하는데 부상으로 빠졌다. 왼쪽 풀백은 왼발잡이여야 한다는게 기본이라고 슈틸리케는 생각하는데 오재석 장현수 정동호를 쓰게 되는 상황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 원칙이 있나.

교체 명단에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 원칙은 확실하다. 반짝 했다고 뽑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정협을 처음 뽑을 때도 상주 경기만 5번 봤다. 상주를 왜 가냐고 했는데 이정협을 뽑겠다고 하더라.

-지난해 이란전(0대1 패)에 대한 아쉬움이 강한데.

이란에서 훈련장을 가는데 숙소에서 5㎞인데 1시간 걸리더라. 경기장에 8만명이 모였다. 위아래로 전부 까맣고, 팔에 띠를 두르고 경기 두시간 전부터 있는 스피커는 다 틀고 주문을 외웠다. 선수 마음이 아니라 나도 죽겠구나, 빨리 가야겠구나 싶더라. 선수들도 비슷하겠더라. 우리의 욕심은 국가대표 선수는 이런 것도 극복하길 원한다. 솔직히 중국전은 지난번 이란 같은 경기를 또 해서는 안된다. 노주환·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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