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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중국발 황사 머니는 슈틸리케호의 캡틴 기성용(28·스완지시티)까지 집어삼키려 했다.
아직 미완성인 자신의 축구인생 계획을 접고 무작정 돈만 쫓아 중국 무대로 옮기지 않겠다는 결단이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큰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막대한 돈으로 세계적인 스타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중국이 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기성용이 보여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3개월여가 흘렀다. 기성용은 자신을 영입하려하길 원했던 중국과 충돌한다. 슈틸리케호는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을 치른다.
이런 상황에서 제 몫 이상을 해줘야 할 주장 기성용은 부상에서 회복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기성용은 지난 19일 본머스와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 66분간 활약했다. 기성용은 지난달 5일 맨시티와의 리그 24라운드 원정 경기 이후 한 달여 만에 팀 훈련에 복귀했다. 기성용의 몸 상태는 최상은 아니더라도 회복이 잘 이뤄져 중국전 출전이 가능한 상태다.
중국전에서도 또 다시 기성용의 우즈베키스탄전 투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반환점을 돈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사활을 걸었다. 마르셀로 리피 감독을 선임한 이후 두 달 전부터 대표팀을 소집했다. 게다가 중국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일정보다 2주 앞서 슈퍼리그를 중단시켰다. 기적을 일으켜 월드컵에 나서겠다는 열망과 의지가 강하다.
때문에 태극전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공한증'은 잊어야 한다. 한국은 1949년부터 만난 중국에 68년 동안 1패(18승12무)밖에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중 축구의 경기력차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방심하면 중국에 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기성용이 필요한 이유다. 기성용은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10만명에 달하는 이란 원정과 마찬가지로 중국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 해결사도 기성용의 역할이다.
또 경기력적으로는 투사가 돼야 한다. 기성용은 위기에 빠졌던 우즈벡전 때 진통 주사를 맞고 출전했음에도 강력한 태클과 몸 싸움으로 중원을 사수했다. 기성용은 이번에도 '싸움닭'으로 변신해 거친 중국 선수들에게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