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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텨온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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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건용은 '내셔널리그 1강' 울산미포조선에서 손꼽혀온 골잡이다. 2015년 데뷔 2년만에 1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1991년생으로 제주 출신(제주중앙초-제주중-대기고)인 그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임창우(알와흐다FC)와 동기다. "(지)동원이와 친했다. 제주 대표로 소년체전에 나가 동메달을 땄다, 창우는 초등학교 친구"라고 소개했다. '왼발 에이스' 안용우(전남 드래곤즈)와는 부산 동의대 친구다. 한때 발을 맞추던 친구들이 오래전 프로 무대를 밟았다. 한건용은 "프로에 오기에는 실력이 많이 모자라서 늦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험난한 축구의 길,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주목받는 선수도 아니었다. 동의대 1-2학년 때 경기를 못뛰면서 그만둘까 고민했다. 하지만 막상 그만두려고 하면,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쉽게 못내려놓겠더라"고 했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프로의 꿈을 이뤘다. "여기까지 잘 버텨온 것에 대해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제주도에 놀러가면 '너, 아직도 축구해?'라고들 했다. 개막전 끝나고 제주도 친구들이 문자로 '축하한다' '잘될 줄 알았다' 하는데 정말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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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안산은 스타플레이어가 많지 않다. 안산은 대전과의 개막전에서 한건용과 같은 7명의 '중고신인'들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우리 팀은 국가대표도, 스타도 없다. 우리는 스스로 모자람을 잘 안다. 한발 더 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이흥실 감독을 중심으로 팀 전원이 겸손한 자세로 끈끈하게 뭉쳤다. 첫 프로무대 소감은 어떨까? "확실히 다른 팀보다 저희가 부족한 점이 많다. 쉬운 경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열심히 한발 더 뛰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웃었다.
올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최대한 많이 출전해서 팀에 도움되는 선수가 되는 것", 선수로서의 목표는 "K리그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운좋게 K리그에 왔지만, 프로는 냉정한 무대다. 못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고, 내려갈 수 있다. K리그에서 오래 버텨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건용은 감사함을 아는 선수다. "울산미포조선이 비록 내셔널리그이지만 좋은 무대였다. '최강팀'에서 운동할 수 있고,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했다.
2017년 봄, 선물처럼 찾아온 프로무대는 더욱 행복하다. "내가 팀에 소속돼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심지어 프로팀이다.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올시즌 안산의 돌풍을 꿈꾸는 이유 또한 확실했다. "우리 팀이 잘되면 열심히 꿈을 키우고 있는 축구 후배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동기부여,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해도 해도 짜릿한 결승골 이야기로 다시 돌아갔다. 종료 직전 터진 '극장골', 골은 냉정했지만, 세리머니는 열정적이었다. "시간대가 흥분할 수밖에 없는 시간대였다.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흥실) 감독님께 달려갔어야 하는데 '판단 미스'"라며 하하 웃었다. 사실 생각해놓은 세리머니도 있었다. "안산의 축구선수로서,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세리머니"라고 했다.
스물일곱에 찾아온 프로의 봄, 한건용의 두번째 세리머니를 기다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