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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축구 남북대결, 북한도 난감해졌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01-22 18:28



운명의 장난일까.

남북 축구계가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을 놓고 당혹스런 상황에 내몰렸다. 남북은 21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18년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조추첨 결과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와 함께 예선 B조에 편성됐다.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은 24개국이 6팀씩 4개조로 나뉘어 오는 4월 3일부터 12일까지 풀리그 방식으로 1위 팀을 가려 본선 출전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B조 경기는 평양에서 열린다. 북한축구협회는 조추첨에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출한 유치신청서가 받아들여지면서 B조 경기를 안방에서 치를 수 있게 됐다. 지난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에서 일부 선수들의 도핑 양성 반응으로 지난 베트남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이번 예선 톱시드를 받지 못한 것을 홈경기로 만회하고자 하는 포석이었다. 반대로 지난 대회 4위팀 자격으로 톱시드를 받은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 10위(한국 18위) 북한만 피하면 조 1위에게만 주어지는 본선 출전권을 무난히 가져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추첨 결과 남북이 한 조로 묶이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북한 여자 축구는 호주(6위), 일본(7위)에 이은 아시아 3위다. 하지만 실력 만큼은 최정상급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당시 FIFA, AFC 주관대회 출전금지 처분으로 전력이 약화됐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4강, 결승에서 한국, 일본을 모두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홈 이점까지 더해지는 이번 예선전에서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 아시안컵 본선은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하고 있다. 이번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월드컵의 꿈까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윤덕여 여자 대표팀 감독은 "원하지 않았던 조편성 결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에이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도 "황당하고 갑갑하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북한도 고민스럽긴 마찬가지다. 경기 외적 요소가 크다. 한국 여자 대표팀을 불러들이면 FIFA 규정에 준하는 대우를 해야 한다. 자국민들이 들어찬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틀고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 내에서 태극기 게양, 애국가 제창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북한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 최종예선 당시에도 비슷한 이유로 한국전만 제3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홈 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그동안 평양서 이뤄진 통일축구, 민간 차원에서의 유소년 대회 등은 정식 대회가 아니었던 만큼 어물쩍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식 대회인 이번 예선전에서 북한이 정치적 이유를 들어 규정을 위반하고 대한축구협회가 AFC에 이의를 제기하면 몰수경기 등 징계를 받게 된다. 북한 입장에선 월드컵 출전을 위한 여정인 이번 예선전을 포기할 수 없지만 특수한 체제상 정치적 문제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난감한 입장인 셈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평양 원정을 위해서는 통일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면서도 "북한도 대회 규정을 충족하면서 우리 팀을 맞이해야 하는 하는 만큼 적잖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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