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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살린 이으뜸의 왼발, 그리고 이별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9-22 15:45


이으뜸(왼쪽)이 17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에서 전남 안용우(왼쪽에서 두 번째)와의 몸싸움을 이겨낸 뒤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끝까지 함께 못해서 미안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으뜸(27·광주)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이으뜸은 "나에게 기회를 준 고마운 팀을 떠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다. 꼭 광주에 선물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21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 수원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광주는 전반 2분만에 수원 이상호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반격에 나섰지만 수원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수원에 위협적인 찬스를 내주며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이때 이으뜸의 왼발이 '한 건'했다. 후반 17분 오른쪽 측면 부근에서 광주가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키커는 이으뜸. 다소 거리가 있어 직접 슈팅이 힘든 위치였다. 방법은 단 하나. 골키퍼와 수비라인 사이 틈으로 예리하게 감아차야 했다. 이으뜸은 심호흡을 한 뒤 도움닫기를 했다. 공은 이으뜸의 발을 떠났다. 제대로 들어갔다. 골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궤적으로 휘어져 갔다. 이으뜸의 '택배 프리킥'을 김민혁이 헤딩으로 틀어 넣었다. 1-1. 이후 추가 득점 없이 1대1로 비겼다.

광주의 패배를 막은 이으뜸은 "차는 순간 감이 좋았다"면서도 "그런데 정말 골까지 연결될 줄은 몰랐다. (김)민혁이가 헤딩을 잘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도움은 이으뜸에 특별하다. 어쩌면 그가 광주에 남길 마지막 선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으뜸은 다음달 6일 입대한다. 이으뜸은 "이제 곧 팀을 떠난다.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가게 돼서 마음의 짐이 있었다"며 "팀에 도움이 될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 어시스트를 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광주는 다음달 2일 서울과 클래식 33라운드를 벌인다. 서울전은 이으뜸이 입대하기 전 마지막으로 출전할 수 있는 경기다. 하지만 이별이 더 일찍 찾아올 공산이 크다. 남기일 광주 감독은 "이으뜸에게도 정리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에 서울전에서는 이으뜸을 출전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24일 포항전이 이으뜸의 고별 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 포항과의 대결은 이으뜸에게 고별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으뜸은 3월 12일 포항과의 올시즌 리그 개막전에서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4분 경고 두 장을 받아 퇴장당했다. 이으뜸 퇴장 후 광주는 3골을 내리 실점했다. 다행히 후반 추가시간 김정현의 페널티킥으로 3대3 무승부를 거뒀다.


포항과의 악연이 이어졌다. 7월 3일 안방에서 치른 두 번째 포항전. 이으뜸은 치명적인 헤딩 백패스 실수로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광주는 0대1로 패했다. 이으뜸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에 포항을 만난게 오히려 다행이다. 계속 죄책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꼭 만회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팀의 상위 스플릿 진입을 이룰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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