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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 2부 리그 승강제 도입은 한국 축구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2013년 그 꿈이 현실화됐다. 사전정지 작업을 거쳐 1부인 클래식(14개팀)과 2부인 챌린지(8개팀)로 나뉘어 첫 시즌을 치렀다.
안산시는 지난 3년간 경찰축구단 운영을 통해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다. 그 축적된 노하우를 시민구단 창단으로 승화시킨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 공약이 마침내 열매를 맺게 됐다.
"프로축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산업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스포츠 이상의 큰 가치를 안산에서 펼쳐보고자 한다." "축구단 성장을 통해 청소년이 희망을 갖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끌어올려 안산 성장에 보탬이 되고 싶다." "안산은 전국에서 모인 시민 뿐만 아니라 90여개국의 노동자들이 모인 도시다. 다양한 배경을 갖춘 이들이 모인 만큼 축구단이 화합을 이끌어 줄 것으로 믿는다." J리그 반포레 고후 방문, 한-중-일 포럼 개최 등을 통해 꾸준하게 축구단 운영을 공부해 온 제종길 안산시장의 바람이다.
프로연맹은 안산과 아산시의 창단 의향서 제출에 앞서 교통정리를 했다. 군경팀을 운영하는 구단이 자체 연고팀을 창단할 경우 해당 군경팀의 최종 성적에 따라 참가 리그를 결정하는 기존의 규정을, 이사회가 결정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이유가 있다. 안산은 현재 챌린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챌린지 우승팀은 이듬해 클래식에 직행한다. 하지만 안산시의 창단 첫해 클래식 참가는 현실적인 부담이 있다. 클래식과 챌린지의 예산 규모는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차이가 있다. 신생 시민구단 안산이 처음부터 클래식에 뛰어들어 생존 경쟁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안산은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을 품에 안아 1차적으로 선수 수급을 할 계획이다. 챌린지에서 적은 예산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룬 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클래식으로 승격한다는 시나리오다.
양적 팽창은 반가운 일이다. 저변 확대를 통해 한국 축구는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21일 제53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도 재취임 일성으로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엘리트와 생활축구가 결합된 통합형 시스템이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거울이 되는 프로리그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
하지만 K리그는 여전히 고민이 있다. '셀링 리그'의 그림자가 또 다시 그라운드에 드리워졌다. 지난해에는 전북의 에두가 중국 2부 리그(허베이 종지), 수원 삼성의 정대세가 J리그(시미즈)로 떠났다.
돈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의 생리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시즌 중 간판급 선수의 이적 현상은 올해도 어김 없이 재연됐다. 지난 라운드까지 K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한 성남의 티아고가 중동(아랍에미리트 알 와흐다)으로 적을 옮겼다. 성남은 임대 신분인 티아고를 내주는 대신 이적료 300만달러(약 34억원)를 챙겼다. 선수도 원하고, 원소속도 원하고, 임대기간 중 타팀 이적시 이적료를 받기로 한 성남도 구단 창단 후 최고 이적료를 챙기는 '윈-윈 협상'이었다. 그러나 K리그 대표 선수가 또 다시 '엑소더스'의 길에 동참한 것은 씁쓸하다. 이적료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재투자하면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지만 시즌 중간 변화의 경우 팬들로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양적 팽창과 더불어 K리그에 던져진 숙제다. 결국 질적 성장으로 이어져야 K리그의 뿌리가 더 튼튼해 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 팀을 이끄는 스타플레이어의 시즌 중 이적은 가급적 지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셀링 리그'는 분명 K리그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스포츠 2팀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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