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명의 감독, 3번의 승리, 2명의 CEO, 그리고 하나의 애스턴빌라.'
하지만 올 시즌 보여준 애스턴빌라의 행보는 최악이었다. 역대 최악의 강등팀 중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34경기 동안 23골만 넣었고 실점은 65점이나 됐다. 승리는 단 3차례 뿐이었다. 비극의 시작은 여름 이적시장이었다. 애스턴빌라는 팀의 핵심이었던 파비안 델프, 크리스티안 벤테케, 론 블라르를 팔았다. 대신 공격진에 루디 게스테드, 아다마 트라오레, 조르당 베레투, 조르당 아유, 수비진에 졸리온 레스콧, 조르당 아마비, 호세 앙헬 크레스포 등을 영입했다. 벤테케를 팔아서 번 돈으로만 데려온 선수들이었다. EPL 다른 팀들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스쿼드였다. 팀을 운영할 뜻이 없는 랜디 러너 구단주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애스턴빌라의 실패에는 러너 구단주의 이름을 빼놓을 수가 없다. 애스턴빌라 팬들 입장에서 이가 갈릴만한 인물이다. 애스턴빌라 팬들은 시즌 내내 러너 구단주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우리는 모두 파티를 열거야, 우리는 모두 파티를 열거야, 랜디 러너가 죽을 때 파티를 열거야"는 가사가 담긴 노래가 나올 정도였다. 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구단주였던 러너는 2006년 애스턴빌라를 인수했다. 맨유에 이은 두번째 미국인 EPL 구단 소유주였다. 그는 기대만큼의 투자는 아니었지만 마틴 오닐 감독 체제를 공고히 하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갈수록 러너 구단주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러너 구단주는 2014년 5월 팀을 매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 애스턴빌라는 강등권을 전전했다.
애스턴빌라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겨울이적시장에서도 단 한명의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최악의 경기력은 계속됐다 2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6대0으로 완패했다. 애스턴빌라의 지난 81년 중 최악의 홈 패배였다. 선수들의 정신력도 문제였다. 주요선수들은 휴가 도중 흡연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팬들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은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입을 자격도 없다!"며 분발을 촉구했지만 선수들의 정신력까지 최악이었다. 최악의 수비력을 보였던 레스컷의 말은 선수들의 정신 수준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강등이 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이 인터뷰는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웨스트햄에 관한 책을 여러권 썼던 피터 메이는 강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두번의 출산과 5번의 강등을 지켜봤다. 출산을 바라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단지 몇시간일 뿐이다. 하지만 강등의 고통은 여름 내내 지속된다. 어쩌면 더 오래갈수도 있다. 출산은 적어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지만 강등은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만 늘어난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애스턴빌라의 빠른 승격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선수들이 남아있는 강등 첫 시즌,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애스턴빌라의 재앙은 더 오래될 수도 있다. 애스턴빌라 팬들이 '제2의 리즈, 제2의 포츠머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