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작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도발이었다.
마침내 '깃발더비'의 문이 열린다. 수원FC와 성남은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를 치른다. 감독, 선수 등의 스토리가 이슈가 돼 더비가 된 경우는 있지만 구단주들의 설전으로 더비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미로운 광경에 팬들은 '깃발라시코(깃발+엘 클라시코·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간 더비)'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사실 SNS로 촉발됐지만 두 시장은 전부터 알게모르게 신경전을 펼쳤다. 묘한 공통점 때문이다. 둘은 인구 100만을 넘는, 기초자치단체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도시들을 책임지고 있다. 소속당도 더불어민주당이다. 또 2년 전 나란히 재선에 성공했다. 수원과 성남이 이웃이다보니 비교가 되는 순간도 많았다. 수원FC가 클래식으로 승격하며 두 시장의 라이벌 의식이 축구로 표출됐다. 수원FC 관계자는 개막 전부터 "수원 더비보다 더 신경쓰이는게 성남과의 경기"라고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수원FC의 클래식 승격 후 첫 홈경기 상대는 성남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사령탑들만 골치가 아프게 됐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깃발이 이슈가 됐는데 나름의 분업이라고 생각한다. 리그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부분은 아주 긍정적이지만 선수단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경기에서 패한다면 후유증이 상당한게 사실. 조덕제 수원FC 감독도 긴장되는 전남과의 클래식 데뷔전을 앞두고도 여러차례 '깃발더비'를 언급했다. 일단 객관적 전력에서는 성남이 앞서 있다. 성남은 1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을 2대0으로 제압하는 등 다크호스다운 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수원FC도 전남과의 클래식 데뷔전(0대0 무)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조 감독은 "우리 보다는 성남 쪽이 부담을 가질 것이다. 신경쓰지 않고 우리만의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과연 누가 서로의 앞마당에 깃발을 꽂을까. 재밌는 판이 초반부터 펼쳐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