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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인 공개테스트 뽑고보니 모두 수비수 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2-27 19:11


부산 아이파크 최영준 감독(맨오른쪽)이 신인선수 공개테스트에서 지원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뽑아놓고 보니 수비수. 간절함이 통했나?'

부산 아이파크가 공개 테스트를 통한 신인 선수 보강 선발을 마쳤다.

부산이 이번에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공개 테스트를 도입해 선발한 선수는 총 3명. 무려 133대1의 경쟁을 뚫었다.

지난 열흘 동안 서류 심사와 예선-본선 테스트에 도전장을 던진 '축구 미생(未生)'은 400명에 달했고, 치열한 '바늘구멍' 통과 경쟁을 벌인 것이다.

부산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그리게 된 주인공은 박경록(23) 장현우(22) 김대호(22). 모두가 하나같이 프로에서 완생(完生)을 꿈꿔온 미생들이다.

박경록은 부산 유스 출신으로 신라중-동래고를 나왔으나 고졸 선수로 프로에 직행하지 못하고 동아대에서 뛰어왔다. 김대호 역시 고교 졸업 후 울산대로 진학해 한때 올림픽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게 주요 이력이다. 장현우는 2012년 FC서울 입단에 성공했지만 출전 기회는 얻지 못한 채 작년 10월 상주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해 한이 맺혀 있다는 것이다. 김대호는 지난 5월 올림픽대표팀 베트남, 캄보디아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한 이후 '신태용호'와 멀어졌고, 장현우는 상주에서 2014∼2015시즌 뛰는 동안 단 1경기 출전한 게 전부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3명 모두 수비수다. 박경록은 센터백, 장현우는 왼쪽 사이드백, 김대호는 양쪽 사이드백이 가능한 선수다. 지원자 400명 가운데 수비수만 뽑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구단 측은 "최종 합격자를 추려내고 보니 공교롭게도 모두 수비수였다. 아무래도 간절함이 통했던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구단이 이번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앞세운 모토는 '간절함'이었다. 개인기량의 상-하위를 떠나 축구에 얼마나 절실하고, 프로 그라운드의 꿈을 ?아 간절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를 뽑겠다는 것이었다. 지원자 400명 중 간절하지 않았던 이가 없었겠느냐마는 이들이 유독 마음자세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최영준 부산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코칭스태프와 많은 논의를 거쳤다. 합격한 세 선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잠재력과 하고자 하는 태도를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구단이 품고 있는 간절함도 있었기에 서로 통했다. 부산이 내년 시즌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실점을 줄이는 것이다. 2015시즌 전체 11위인 부산은 정규리그 총 38경기 55실점으로 대전(72실점), 제주(56실점)에 이어 최다실점 3위다. 득점력에서는 최하위 대전(32골)보다 2골 적은 최하위(30골)였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45실점은 2009년 평균 1.5실점(28경기-42실점) 이후 최악이다. 클래식-챌린지가 도입된 이후로는 41실점(2013년)-49실점(2014년)으로 해마다 떨어지더니 바닥까지 친 것이다.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을 본격 가동할 수 있는 내년 시즌 올해처럼 외국인 공격자원 운용에 또 실패하지 않는다면 수비 보강이 시급하다. 올 시즌처럼 '열린 문'이 됐다가는 챌린지 탈출이 힘들다.

수비라인이 탄탄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천하의 거미손 골키퍼라도 버티는데 한계가 있다. 하위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인천이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최소실점 성공기를 그린 것이 좋은 사례다.

부산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실점부터 줄이는 것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간절함이 통했는지 뽑아놓고 보니 미완의 수비수들이다. 공교롭게도 보완이 간절했던 취약지에 더 간절한 선수들이 모여들었으니 금상첨화다.

부산이 내년 시즌 신인선수 공개 테스트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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