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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이승우? 성장위한 좋은 약 됐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0-30 07:22


2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수원 컨티넨탈컵 국제 청소년(U-17) 축구 대회(수원컵)가 열렸다. 개최국 한국과 나이지리아, 브라질, 크로아티아 4개국이 출전해 승부를 펼친다.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가 경기를 펼쳤다. 독특한 핑크 헤어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이승우.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02



'최진철호'의 신화는 아쉽게 여기까지였다.

한국 17세이하 축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각) 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이하(U-17) 칠레월드컵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0대2로 무릎을 꿇었다.

완패였지만 소년 태극전사들은 잘 싸웠다. 한국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에서 조별리그 무패-무실점을 했고, 2경기 만에 16강을 조기 확정한 성과만으로도 칭찬받을 일이다.

이런 눈부신 성과 과정에 유독 아쉬움을 보인 선수가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승우(17·바르셀로나)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 3경기 출전하는 동안 기대했던 득점포를 끝내 가동하지 못했다. 마지막 벨기에전에서는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26분 페널티에어리어로 침투하던 오세훈에게 공이 연결됐고, 오세훈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는 순간 상대 수비수 르무안이 뒤에서 끌어안아 넘어뜨렸다.

한국은 페널티킥과 함께 르무안의 즉각 퇴장으로 천금같은 추격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1분 뒤 키커로 나선 이승우가 실축을 했다.

킥을 하는 순간 일부러 한박자 타이밍을 늦추며 골키퍼를 속이려고 했지만 슈팅 방향이 너무 골키퍼 쪽으로 쏠려 막히고 말았다. 수적 우위와 함께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었던 기회가 날아간 순간이다.


바르셀로나B팀 소속으로 '리틀메시'라 불리던 이승우에 대한 기대가 컸던 대회였다. 이승우 본인도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뛰었다. 이날 벨기에전에서 그의 의욕은 더 도드라졌다.

그러나 이승우의 명성을 잘 알고 있는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가 너무 강했고, 운까지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조별리그에서 동료보다 한 발 더 뛰며 주연보다 조연으로서 팀 승리에 힘을 보탠 공로를 감안하면 마지막 실축에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승우는 이번에 비싼 대가를 치르고 큰 공부를 했다. 앞으로 성장할 날이 더 많은 재목이다. 이번 월드컵처럼 자신에 대한 집중 견제가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덜 할 일은 없다.

그런 견제 속에서도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해야 하는 방법을 더 갈고 닦아야 한다. 마음이 앞섰던지 무리하게 혼자 해결하려는 장면도 더러 보였다. 조별리그처럼 '주연'보다 '조연'의 보람도 의미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면 그것도 좋은 공부다.

이승우는 생애 첫 월드컵을 무득점으로 마감했지만 변화된 모습만으로 한국축구의 희망을 밝게 했다. 지난 9월 수원컵까지만 해도 자기 위주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등 개인 플레이가 심한 듯한 인상을 남긴 게 사실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는 동료 선수들의 수준에 맞춰 개인이 아닌 팀을 우선시하고, 자신의 희생으로 팀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달라진 이승우가 조별리그에서의 대성공에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목표로 했던 8강, 4강까지 더 올라가지 못한 아픔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거스를 수 없는 성장통인 셈이다. 이번 월드컵은 축구천재 이승우의 성장을 위한 값진 약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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