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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경기당 한골' 흔해진 신들의 시대, 그 이유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10-26 07:30


ⓒAFPBBNews = News1

"요즘 축구는 예전과 많이 다르다. 내가 요즘 전성기였다면 발롱도르를 2, 3번은 타고 매 시즌 50골은 넣었을 것이다."

브라질의 레전드 히바우두의 말이다. 최근 깜짝 선수 복귀로 화제를 낳았던 히바우두는 한 기자회견에서 "예전 축구의 수준이 훨씬 높았다. 요즘 최고라는 메시와 호날두가 리그에서 50골씩 넣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최고라도 38경기에서 50골을 넣을 수는 없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히바우두의 전성기 시절 그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차지할 당시의 기록은 24골이었다.

요즘 유럽축구에는 '너무' 많은 신들이 있다. 경기당 한 골 이상이 아니면 득점왕 경쟁에서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시작은 역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였다. 본격적인 득점왕 경쟁을 시작한 2009~2010시즌 이후 메시와 호날두가 리그에서 기록한 경기당 평균 득점은 각각 1.10골, 1.11골이다. 호날두가 2010~2011시즌 40골 고지를 넘자, 메시는 다음 시즌 무려 50골을 성공시켰다.

이 흐름은 다른 리그, 다른 선수들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신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골신(神)은 바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다. 레반도프스키는 올 시즌 9경기에서 무려 13골을 기록 중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3경기 3골, 폴란드대표팀에서도 13골을 넣었다. 지난 9월 볼프스부르크전에서는 9분만에 5골을 넣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레반도프스키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피에르 아우바메양도 9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지난 마인츠전 무득점 전까지 무려 8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눈을 돌리면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가 인상적인 득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PL서 티에리 앙리, 알란 시어러, 루드 판 니스텔로이만이 갖고 있는 7경기 연속골 기록을 세우며 10경기 10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부상과 전술변화 등의 이유로 메시와 호날두가 잠잠한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네이마르(바르셀로나)가 7경기 8골로 득점 선두로 뛰어올랐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리그별 득점왕이 30골 이상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히바우두의 말대로 축구의 수준이 낮아진 것일까. 한준희 해설위원은 '그렇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한 위원은 "과거에 비해 축구의 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정 선수들의 엄청난 득점행진을 두고 축구의 수준이 낮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그 근거로 시즌당 평균득점을 언급했다. 프리메라리가의 올 시즌 평균 득점은 2.53골이다. 메시와 호날두가 그야말로 기록적인 득점왕경쟁을 펼쳤던 2011~2012시즌 평균득점은 2.76골이었다. 하지만 히바우두가 23골로 득점 2위에 오른 2000~2001시즌의 평균득점은 무려 2.88골이었다. 레반도프스키와 아우바메양의 엄청난 득점레이스가 이어지고 있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의 평균득점(2.81골)은 2000~2001시즌의 2.93골에 미치지 못한다. 한 위원은 "결국 신급 공격수들의 등장은 축구의 수준 때문이 아니라 전술 트렌드, 스타일, 팀 전력, 개인능력 등 다양한 이유들이 결부돼 특정 선수들에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신들의 범람 시대가 펼쳐진 이유가 뭘까. 박문성 해설위원은 '부익부 빈익빈' 시대를 꼽았다. 박 위원은 "축구에 더 많은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팀간 격차가 더 커졌다. 돈을 버는 팀은 더 많이 벌게 되면서 좋은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4~5골을 몰아 넣는 것은 과거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 최근의 유럽축구는 빅클럽들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다. 돈의 힘으로 좋은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유스팀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을 견제할 세력의 힘이 확실히 약해졌다. 공격수들이 약팀을 상대로 몰아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과거 세리에A의 경우 아예 '세븐 시스터즈'라 불린 빅클럽팀이 7개나 됐다. 이같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하위권 팀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당연히 빅클럽들도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 프리메라리가는 발렌시아, 데포르티보 등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의 확실한 대항마로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박 위원은 "신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결국 빅클럽의 더욱 높아진 위상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바디를 제외하고 올 시즌 경기당 한 골 이상을 넣는 선수들은 모두 빅클럽 소속이다.

한 준 해설위원은 축구의 발전이 오히려 더 많은 득점기계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한 위원은 "축구에 과학이 더해진 결과다. 각 팀들의 관리와 분석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체력, 부상 관리, 컨디션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득점을 위한 전술이 극도로 발달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과거의 득점은 스트라이커의 골 본능에 의존하는 비중이 컸다. 흔히 '골냄새를 맡았다'는 표현이 과거 득점전술을 말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이 달라졌다. 정교한 전술로 만드는 득점이 늘어났다. 수비 전술이 발달하며 그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전술은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제로톱과 가짜 7번 등의 전술이 개발됐다. 메시와 호날두는 이같은 전술 개발의 최대 수혜자다. 한 위원은 "과거의 축구는 거칠었다. 수비수가 공격수를 막기 위해 강하게 몸싸움을 하는 것에 관대했다. 지금은 선수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히바우두가 강조한 것은 오히려 선수 보호에 대한 측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축구의 수준은 분명 과거 보다 올라갔다. 과학의 발달로 선수의 신체능력이 더 올라가고, 전술의 발달로 더 좋은 전술이 생겨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신들이 계속해서 탄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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