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의 FIFA 회장 도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스위스 취리히 지방법원이 21일(이하 한국시각) 정 회장이 요청한 FIFA 윤리위원회 6년의 자격정지의 일시 중단을 기각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반발했다. 그는 이날 'FIFA의 변화를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FIFA가 지난 8일 나에 대한 부당한 제재를 가한 이후 후속 사법대응 절차에 필수적인 판결문(reasoned decision)을 2주일이 되도록 보내지 않아 끝까지 저의 입후보를 방해하고 있다'며 'FIFA는 스위스 지방법원이 저의 제재 효력 일시 중단 가처분 신청에 대해 판결문이 없는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기각 결정을 내리자 이를 언론에 알리면서 마치 지방법원이 FIFA의 부당한 행위를 정당화해준 것처럼 왜곡 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FIFA 회장 선거 절차의 시급성을 고려해 일단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가처분 신청을 스위스 법원이 기술적인 이유로 기각한 것은 FIFA의 부패상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최근 취리히의 판사와 검사들이 FIFA로부터 1990년~2006년 월드컵 결승전의 축구표를 제공받아왔다는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FIFA와 유착관계에 있다는 비판을 받는 점을 고려해보면 스위스 법원은 보다 신중한 판단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FIFA 윤리위는 8일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 등 애매한 조항을 적용, 정 회장에게 자격정지 6년와 함께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윤리위는 정 회장이 2022년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7억7700만달러(약 9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관계자들에게 발송한 데 대해 15년 자격정지(외견상 이익 제공), 윤리위를 비판한 데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로 4년의 자격정지를 구형했다. 합치면 19년이다. 그러나 판결은 또 달랐다.
정 회장은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FIFA의 차기 회장 선거는 블래터 회장 측근들의 불공정하고 부당한 개입으로 벌써 의미가 크게 훼손됐다. FIFA 규정상 회장 선거에서 당선자가 나오려면 1차 투표에서 3분의 2를 얻거나 2차 투표 이후 과반수를 얻어야 한다. 언론에서는 블래터 회장이 내년 2월26일 총회에서 차기 회장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계속 회장직을 맡을 수 있다고 보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서 우려된다'고 했다.
정 회장은 법적으로 계속해서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그는 'FIFA의 방해로 오는 26일 회장 선거 등록 마감일까지 저의 후보 등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FIFA 제재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하여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계획이다'이라고 설명했다. 또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더라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FIFA의 변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해나갈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 FIFA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최후의 승리를 얻을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IFA는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임시 집행위원회를 열고 예정대로 내년 2월 26일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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