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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클롭, 리버풀을 재건할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10-12 07:25


사진출처=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예상대로였다.

브렌단 로저스 감독을 경질한 리버풀이 위르겐 클롭 전 도르트문트 감독을 영입했다. 리버풀은 9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롭 감독 부임 사실을 알렸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눈에 띄는 것은 클롭 감독의 연봉이다. 클롭 감독은 연간 700만 파운드(약 124억5000만원)를 받는다. 후원 계약까지 포함하면 1000만 파운드(약 178억)에 달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837만 파운드·약 149억원),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800만 파운드·약 142억원) 다음 가는 액수다. 전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액수다. 리버풀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클롭 감독은 선수 시절 데뷔부터 은퇴까지 12년간 마인츠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었다. 은퇴 후 감독 데뷔 역시 마인츠에서 이루어졌다. 꾸준히 성적을 올린 클롭 감독은 2004년 마인츠를 처음으로 분데스리가로 승격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그가 명장 반열에 오른 것은 역시 2008~2009시즌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다. 클롭 감독은 재정 악화에 빠지며 암흑기를 보내던 도르트문트를 재건했다. 2010~2011시즌,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를 달성하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2012~2013시즌에는 4강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완파하는 등 인상적인 경기력을 과시하며 유럽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클롭 감독은 지난 시즌 성적부진을 이유로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내려놨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첼시, 아스널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때마다 클롭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리버풀 입장에서 이름값으로만 본다면 마침내 '빅4'에 견줄만한 명장을 데려온 셈이다.

리버풀은 올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위까지 추락했다. 리버풀 운영진은 지난 시즌 부진했던 로저스 감독을 재신임하며 다시금 대대적 투자를 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 크리스티앙 벤테케, 나다니엘 클라인 등을 영입하는데 8000만 파운드(약 1424억원)를 넘게 쏟아부었다. 하지만 리버풀의 부진은 계속됐다. 특히 로저스 감독 특유의 패싱게임이라는 색채를 잃으며 이도저도 아닌 팀으로 전락했다. 공격은 무기력했고, 수비는 불안했다. 무엇보다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바로 리버풀이 클롭 감독을 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만의 전술 색깔이 명확한 클롭 감독은 팀 재건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유쾌한 성격을 지닌 클롭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탁월한 언변으로 팬들의 마음을 얻는데 능하다. 클롭 감독은 침체된 리버풀의 분위기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클롭 감독이 재건할 리버풀의 모습이다. 클롭 감독의 축구는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압박과 속공이다.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를 이끌 당시 강도 높은 압박 축구로 '게겐프레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게겐프레싱은 재압박이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전방압박을 의미한다. 클롭 감독은 일반적으로 허리에서 이루어지는 압박의 위치를 위로 끌어올려 전방부터 강도높은 압박을 강조한다. 이 전술은 두가지 효과가 있다. 높은 위치에서부터 압박하며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것이 첫번째고, 공격 지역에서 다시 볼을 뺏어 다시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이 두번째다. 젊고 기동력이 풍부한 선수들로 이루어진 도르트문트의 압박은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클롭 감독의 또 다른 특징은 속공이다. 클롭 감독은 볼을 뺏으면 그 지점에서부터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뒤로 볼을 돌려 다시 빌드업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마무리하고 수비를 정비하는 것이 클롭 감독의 스타일이다. 압박을 통해 볼을 뺏고, 뺏은 볼을 통해 속공에 나서는 것이 클롭식 축구인셈이다.

다행히 리버풀에는 클롭식 축구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다수 있다. 리버풀은 매년 리빌딩을 단행하며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했다. 클롭 감독의 축구는 엄청난 활동량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한만큼 젊은 선수들의 존재는 큰 힘이다. 중원에서 패스로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선수와 흔들리는 중앙 수비진을 지켜줄 센터백을 영입할 경우 리버풀의 전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클롭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느냐에 있다. 리버풀은 이적 위원회가 선수 영입을 총괄한다. 물론 감독에게 최종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는 하지만, 선수 영입의 전권을 갖고 있는 EPL 내 다른 빅클럽과 차이가 있다. 리버풀이 지난 몇년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도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데는 이적 위원회의 실책과도 연관이 있다. 로저스 감독 역시 팀을 물러나며 이적 위원회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클롭 감독은 취임사에서 "4년 안에 리버풀을 우승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를 리버풀의 예수로 그려내려는 시도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은 이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나는 (예수처럼) 물 위를 걸을 수 없다. 난 그대로 물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라며 지나친 기대에 대한 경계하기도 했다. 일단 영국 언론의 반응은 호평일색이다. 과연 클롭 감독은 리버풀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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