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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 해도 이번 주말 K리그 클래식의 최고 관심사는 마지막 남은 6위 경쟁이다.
하나는 웃고, 둘은 울어야 하는 숙명의 33라운드에 그들 만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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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경쟁 3개팀 가운데 인천이 가장 유리한 건 사실이다. 경우의 수가 가장 많다. 최악의 경우 패하더라도 제주가 승리하지 못하고 전남이 대승하지 않으면 웃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최후의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인천 구단 식구들이 지난 추석 '슈퍼문'을 보며 빌었던 것 중 하나가 "제발 2012년은 되풀이하지 말자"였다. 16개팀 체제였던 2012년 시즌 인천은 마지막 경기에서 골득실차에서 밀려 그룹 B로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는 팀당 30라운드까지 치르고 스플릿을 결정했다. 인천은 29라운드까지 승점 39로 8위 마지노선을 지켰고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대구(승점 39), 경남(승점 37)과 마지막 3파전을 벌였다. 2012년 8월 26일 운명의 30라운드. 인천은 제주와 0대0으로 비겼다. 하지만 대구가 서울전 0대2 패배로 탈락한 사이 경남이 광주를 2대1로 꺾고 인천과 동률(승점 40)을 이뤘다. 결국 골득실에서 인천(-2)이 경남(+3)에 밀려 분루를 삼켰다. 여기에 인천은 '휴식 뒤 징크스'도 떨쳐내야 한다. 이번 33라운드는 지난달 23일 32라운드 이후 열흘간의 휴식 뒤 열린다. 숨가쁜 한 시즌 동안 휴식은 곧 '보약'이다. 하지만 인천은 올 시즌 중요 휴식기 이후 공교롭게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7월 올스타전 브레이크가 끝난 뒤 열린 서울전(25일)에서 0대2로 패했고, 곧 이어진 동아시안컵으로 보름간 휴식을 취했지만 8월 12일 포항전에서 0대2로 또 졌다. 지난달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A매치 휴식기(열흘) 이후 열린 9일 광주전(0대1 패)서도 휴식 효과는 없었다. 무시하고 싶은 재수없는 기억들이다. 한편으로 인천이 타산지석으로 삼아 마지막 사생결단 투지를 불태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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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마지막 상대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인천, 제주, 전남은 마지막 33라운드 상대를 보면 더 갑갑하다. 인천 상대 성남은 김도훈 인천 감독의 스승인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올 시즌 초보 사령탑인 김도훈 감독은 김학범 감독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들으며 끈끈한 인간의 정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성남 일화 시절부터 이어온 10여년의 우정은 뒤로 미루고 서로를 밟아야 한다. 인천이 더 다급하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노리는 성남 역시 인정사정 봐 줄 형편이 아니다. 게다가 인천은 7경기 연속(3무4패)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등 성남에 유독 약했다. 이번에 성남 징크스도 깨야 한다. 제주도 징크스를 끊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33라운드 상대 전북은 '1강'이다. 한때 흔들리는가 싶더니 추석 연휴 이전에 3연승으로 제모습을 찾고 있다. 제주는 최근 전북전에서 4연패의 부진에 빠져있다. 이들 4연패 모두 무득점 패배였다. 인천과의 골득실차를 감안해 대승을 노려야 하는 제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가장 불리한 전남은 FC서울이 간판 선수 박주영을 부상으로 잃은 게 되레 부담스럽다. 서울은 올 시즌 커다란 위기를 겪고 나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근성을 보여왔다. 시즌 초반 하위권 부진 때도, 수원과의 슈퍼매치 1대5 대패 이후에도 그랬다. 더구나 3위 포항(승점 53)과 승점 2점차밖에 안되는 서울은 성남과 마찬가지로 ACL을 겨냥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때다. 각자 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난 그들 만의 33라운드. 그래서 더 흥미롭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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