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실점 데뷔전인데…, 찜찜한 이 느낌 뭐지?'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벌어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2차전 라오스와의 홈경기서 선발로 한국 골문을 지킨 권순태(31·전북)다.
권순태는 인생역전 태극마크의 주인공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1강' 전북의 선두 질주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최강의 수문장이다. 올 시즌 현재까지 27경기 26실점(평균 0.96실점). 지난해 34경기 19실점(평균 0.56실점)에 이어 0점대 선방률을 자랑한다. 대표팀 주전 골키퍼인 김승규(25·울산)의 방어력(2015년 평균 1.19실점, 2014년 평균 0.97실점)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 주변에서 "권순태가 대표팀에 뽑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김승규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 정성룡(30·수원) 체제가 너무 굳건해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어쩌면 '꿩 대신 닭'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불과 얼마전까지 넘버1, 넘버2는 김진현 김승규였다. 김진현은 안타깝게 부상으로 빠졌다. 정성룡도 군사훈련 중이다. 이번이야 말로 권순태를 안뽑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A매치 데뷔전 치고는 너무 싱거웠다. 권순태의 잘못은 전혀 아니다. 약체 라오스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 K리그에서 그림같이 펼쳐보이던 선방쇼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변변한 볼캐치 기회도 얻지 못했다. 권순태는 너무 외로웠다.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속보>권순태 뒤에서 졸다'라는 우스개 댓글이 이날 권순태의 처지를 잘 말해줬다.
이날 권순태를 외롭게 만든 주범은 한국 필드 플레이어들의 압도적인 공세와 수준 이하의 라오스 경기력이었다. 한국은 경기 시작부터 '하프게임'을 연상케 했다. 마치 공격-수비 연습을 하듯 라오스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느라 한국 진영으로 내려올 틈도 주지 않았다.
포백수비 라인까지 하프라인으로 전진한 터라 권순태는 딱히 '콜사인'을 할 일도, 말을 걸 대상도 없었다. 너무 지루했던지 아크 부근까지 오르내리거나 어슬렁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국이 3-0으로 앞서나가는 동안 전반이 모두 흘렀다. 권순태는 전반 45분 동안 손으로 공을 잡기는 커녕 킥을 한 적도 없었다. 라오스가 골라인 아웃이라도 했으면 공을 주우러 갔을텐데 그마저도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골키퍼의 이런 기록까지 측정하지 않지만 명색이 A매치에서 골키퍼가 전반에 공 한 번 잡아보지 못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관전하러 온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GK코치도 "A매치에서 한두 번 공을 잡아본 기억은 있지만 한 번도 잡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영웅인 이 코치는 A매치에 무려 133경기 출전한 베테랑 골키퍼였다. 그의 출전 기록은 전세계 국가대표 골키퍼 중에서 최다 3위에 해당한다. 그런 백전 베테랑도 권순태같은 '이상한' 경험은 없었던 모양이다.
권순태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후반 들어 잠깐이었다. 후반 3분 라오스의 프리킥이 골라인 아웃되면서 처음으로 공을 잡았고 이윽고 김영권에게 패스하면서 처음으로 킥을 했다.
이어 후반 6분에는 골키퍼 본연의 캐치를 해봤다. 김영권의 백패스를 받아 측면 외곽으로 찔러준 공이 상대 선수의 발에 걸렸고 슈팅으로 이어졌다. 이 슈팅은 맥없이 날아온 것이어서 권순태가 가볍게 잡아냈다. 권순태가 이날 유일하게 잡아낸 슈팅이기도 했다. 이후 권순태는 홍정호의 백패스와 라오스의 어림없는 슈팅으로 공을 차고, 만져보는 등 총 5차례 공과 접촉하는 것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8대0 대승으로 끝난 권순태의 A매치 데뷔전. 뭔가 보여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경기였지만 기록상으로는 '무실점 철벽방어(?)' 데뷔전으로 남게 됐다.
화성=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할리우드 여신들의 눈부신 몸매 '디바'☞ 중국인이 읽는 한류 뉴스 '올댓스타'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