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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안전 이상 무!'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복병이 레바논 현지의 불안한 정국이다. 이른바 '쓰레기 대란 시위'로 시작된 반정부 운동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2일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로 격화된 레바논 사태는 29일 5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대돼 '시민혁명'화 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일부 성난 시위대가 베이루트 도심에 있는 환경부 청사를 기습 장악하고 나서 환경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레바논 정부가 "더이상 과격 시위나 불법 행위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히자 레바논 국민의 성난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레바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차전을 치르기 위해 시위 근원지(베이루트)로 가야 하는 슈틸리케호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레바논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책 마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협회는 "선수단 안전이 최우선 과제다.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과 외교부 등 가동할 수 있는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협회는 3주 전부터 레바논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외교부와 업무연락을 통해 안전 대책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도 레바논의 불안 정국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외교부 담당자가 협회를 방문해 협회 실무진과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외교부는 한국 선수단이 레바논을 방문했을 시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수칙 등을 논의했다. 특히 외교부는 한국 선수단이 베이루트에 체류하는 동안 절대 가면 안되는 '경계지역' 리스트를 따로 마련해 전달했다.
협회는 현지 사정에 밝은 한국대사관이 외교부를 통해 시시각각 보고하는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선수단이 5일부터 8일까지 베이루트에 머무는 동안 훈련, 이동 등의 과정에서 경비·경호를 맡아 줄 경찰 병력도 대폭 강화하도록 협조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특히 협회는 위기관리 전문가를 특별 파견하기로 했다. 이번 레바논 원정에서 선수단 단장으로 동행하는 유대우 부회장(63)이다. 육사 30기인 유 부회장은 특전사 여단장-상무(체육부대) 참모단장-2군사령부 작전처장-육군 제28사단장-육군대학 총장-육군협회 사무총장 등을 거치며 다방면의 경험을 쌓은 군 출신 전문가다. 협회는 지난 2013년 대외협력 강화를 위해 육사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그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유 부회장은 최근 끝난 호주아시안컵과 동아시안컵에 한국 선수단 단장으로 다녀왔다. 보통 해외 원정 선수단 단장은 부회장단이 돌아가면서 맡기 때문에 유 부회장이 이번에 쉬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협회는 레바논의 특수한 상황때문에 유 부회장의 능력이 또 필요했다. 유 부회장은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는 물론 레바논 군·경·정보 당국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특히 유 부회장은 지난해 1월 국제평화지원단을 방문해 레바논 파병을 떠나는 동명부대 장병들을 위문하기도 했다. 그 동명부대가 지금 레바논에서 국제평화 유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 부회장의 이 같은 역량은 레바논에서 한국 선수단의 안전대책을 보장받는데 적격이다. 협회 관계자는 "레바논 원정 선수단 단장으로 유 부회장을 선임한 것은 레바논 사태를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면서 "선수단 안팎 입체적으로 안전 채널을 가동하는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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