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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마르지 않는 샘', 이번엔 이태희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8-16 11:19


◇이태희(오른쪽)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대전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에서 전반 17분 자신의 패스로 득점한 황의조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전전을 마친 김학범 성남 감독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고 있다.

승점 3점만 딴 게 아니다. 이태희(23)라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이태희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5라운드에서 황의조의 결승골을 도우며 팀의 2대0 완승에 일조했다.

한폭의 그림과 같은 장면이었다. 센터서클 오른쪽에서 김성준이 문전 오른쪽으로 길게 넘겨준 볼을 오버래핑하던 이태희가 따라가 골라인 앞에서 슬라이딩 하며 발을 갖다댔다. 방향이 바뀐 볼은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황의조의 오른발에 걸렸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지난 5월 10일 포항전 출전이 프로 경력의 전부였던 이태희는 첫 공격포인트 뿐만 아니라 첫 풀타임 출전까지 기록했다.

숭실대를 졸업한 이태희는 올 시즌 성봉재 등과 함께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 입단 당시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오른쪽 측면엔 김태윤이 버티고 있었고, 미드필드엔 베테랑이 득실거렸다. 김태윤이 부상한 뒤 기회가 올 것처럼 보였지만, 곽해성이 맹활약 했다. 낄 자리가 없었다. 포항전 선발로 꿈같은 K리그 데뷔전을 치렀지만, 0-1로 뒤지던 후반 11분 선배 곽해성과 교체되면서 물러났다.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곽해성이 대전전을 앞두고 부상하자 김학범 성남 감독은 이태희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작전은 그대로 들어 맞았다.

올 시즌 성남은 '마르지 않는 샘'이다. 매 경기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나타나면서 김 감독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슈틸리케호 승선명단에 오르내렸던 황의조와 임채민 뿐만 아니라 정선호 곽해성 등 숨은 진주들이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성남은 그간 선수 기용폭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신예 이태희까지 활약에 가세하면서 후반기 순위싸움을 헤쳐 나아갈 든든한 동력을 얻게 됐다.

김 감독은 "자신감을 되찾은 게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는 모습"이라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그는 "다른 팀에 비해 뛰어난 여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밀릴 만한 팀도 아니다"며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오늘만 보고 달려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주전과 백업의 경계는 무의미 하다. 스스로를 증명한다면 언제든 기회는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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