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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탄 경륜아카데미, 현장 열기는 '더 후끈'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7-21 18:40 | 최종수정 2015-07-23 07:55


◇지난 18일 경북 영주의 경륜훈련원에서 진행된 2015년 제3회 경륜아카데미에서 참가자들이 전면 거울을 보며 롤러 훈련을 펼치고 있다. 영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사이클은 더 이상 엘리트 선수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 사이클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레저 인구 유입에 투르드코리아 등 수준급 국내 대회 개최로 동호인 뿐만 아니라 사이클 관계 산업까지 수직 성장 중이다. '생활 자전거'에 그쳤던 자전거 타기가 싱글기어, 픽시 바이크 등을 넘어 실제 사이클 국가대표, 경륜 선수들이 활용하는 장비까지 넘볼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장 규모에도 제대로 자전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하다. 일부 동호인들이 엘리트 선수를 초빙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이사장 이창섭) 경륜경정사업본부가 시행 중인 '경륜아카데미'의 폭발적 인기는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저렴한 비용에 프로 선수와 같은 롤러, 인터벌 훈련 뿐만 아니라 개인 기록 측정, 국제 규격과 동일한 벨로드롬(피스타)까지 달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사이클 동호인 사이에 '입소문'으로만 알려져 왔던 '경륜아카데미'의 속살을 현장에서 직접 들여다봤다.



프로 선수 처럼 훈련, 한 방에 갈증 해소

18~19일 이틀 간 경북 영주의 경륜훈련원(이하 영주훈련원)에서 진행된 2015년 3차 아카데미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달 메르스 여파로 일정이 한 차례 취소되면서 누적된 수강자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25명 선착순 모집이 5일 만에 꽉 찼다. 직접 사이클을 챙겨 영주훈련원까지 '알아서' 와야하는 조건임에도 뜨거운 열기는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18일 오전 10시, 뙤약볕이 작렬하는 가운데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30대 중반 직장인까지 면면이 천차만별이었다. '사이클'이라는 하나의 테마 속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사이클을 잘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알고 타는 게 우선입니다." 경륜 선수 출신인 차 룡 경륜경정사업본부 고객만족팀 과장의 안전교육으로 일정이 시작됐다. 안전모 쓰기부터 방향 전환을 위한 수신호, 자전거 점검, 돌발상황 대처 요령까지 세세한 부분을 짚었다. '준 프로'를 자부하는 동호인들에게도 안전은 필요가 아닌 필수였다.

교육 뒤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모인 곳은 숙소가 아닌 트레이닝장이었다. 경륜 후보생들이 실제 사용하는 롤러 교육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앞바퀴 자리에 1개, 뒷바퀴 자리에 2개가 달린 롤러는 제 자리서 실제 라이딩과 같은 효과를 내는 훈련시설이다. 경기도 광명 스피돔 3층에서 체험이 가능하나 동호인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독점'을 허락치 않고 있다. 민간 훈련시설 등에 일부 존재하지만 일반인이 접하기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영주훈련원에선 50여명이 동시 훈련이 가능해 동호인들의 갈증을 풀기에 충분하다. 현역 특선, 우수급 선수 신분으로 아카데미를 돕기 위해 참가한 한국경륜선수회 강사들은 이들의 움직임과 자전거 상태를 체크하면서 '갈증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꿈의 벨로드롬, 오늘 만은 나홀로


롤러 훈련을 통해 몸을 달군 참가자들의 발걸음은 벨로드롬으로 이어졌다. 333.33m의 길이인 영주훈련원 메인 벨로드롬은 국내 1등급 공인 시설이다. 국내엔 총 14곳의 벨로드롬이 존재하는데, 엘리트 선수 및 경륜 경기 탓에 일반인들이 이용 가능한 시설은 드문 편이다. 하루 종일 마음껏 벨로드롬을 누빌 수 있는 '특권'은 경륜아카데미에서만 주어진다. 실력에 따라 3팀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주행, 인터벌로 이어지는 3시간 가량의 훈련 내내 지친 기색 없이 벨로드롬을 질주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200만원으로 실제 경륜 경기에 사용됐던 선수 소유 중고 자전거를 구입해 참가한 이상혁군(16)은 "롤러 훈련부터 벨로드롬 체험까지 내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추어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직장인 김상덕씨(34)도 "흔히 접하기 힘든 시설에서 프로 선수들의 교육을 받으니 확실히 배울 점이 많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주의가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곳이 벨로드롬이다. 강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들뜬 참가자들에게 재차 안전 교육을 했고, 제대로 따르지 않을 때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소중한 기회에 참가한 만큼,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정찬우 경륜경정사업본부 고객만족팀 과장은 "자기 시간을 내서 참가한 이들이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고, 피드백도 명확하다. 때문에 대충하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색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다가오는 22기 경륜 후보생 모집을 준비하는 참가자들이었다. 다부진 체격과 구릿빛 피부는 한눈에 봐도 '선수'를 연상케 했다. 일반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경륜아카데미'지만 '합격' 목표를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 이재옥씨(27)는 "비선수 출신이다보니 벨로드롬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데, 벨로드롬 이용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지난 기수 시험에서 낙방한 바 있어 의지가 남다르다. 벨로드롬을 한 번이라도 더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낭떠러지 등판, 얼굴엔 '웃음꽃'

첫날 훈련의 대미는 등판코스가 장식했다. 경륜후보생 인터벌과 다리 근력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코스로, 200m 직선주로를 질주한 뒤 경사도 24%의 언덕을 올라야 한다. 25명의 참가자 모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등판에 성공한 참가자는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약된 도시 환경 속에 사이클을 즐겨야 했던 동호인들은 도전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색한 눈빛을 교환하던 첫 교육과 달리 땀에 흠뻑 젖어 서로를 격려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됐다. 여성 참가자인 양창윤씨(22)는 "지난해 9월 북악산 등판 뒤부터 사이클에 빠져들었다"며 "스피드의 쾌감은 무엇으로도 설명 못한다. 여성들도 꼭 해볼 만한 스포츠"라며 엄지를 세웠다. 장애인 사이클인 텐덤사이클 파일럿 출신인 김은숙씨(26)도 "사이클에 관심이 있는 이들끼리 모여 금방 친숙하게 배울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며 "파워측정 등 다른 프로그램도 생긴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틀째인 19일 인터벌에 이은 개인 기록 측정을 끝으로 교육 일정을 마쳤다.

경륜경정사업본부는 향후 경륜아카데미를 늘려 경륜 인구 증가 및 이미지 재고에 앞장설 계획이다. 4회차 경륜 아카데미는 오는 8월 22~23일 실시되며, 8월 10일부터 모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참가접수 등 경륜 아카데미와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은 트랙바이크(http://trackbikeclub.com)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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