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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은 더 이상 엘리트 선수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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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일 이틀 간 경북 영주의 경륜훈련원(이하 영주훈련원)에서 진행된 2015년 3차 아카데미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달 메르스 여파로 일정이 한 차례 취소되면서 누적된 수강자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25명 선착순 모집이 5일 만에 꽉 찼다. 직접 사이클을 챙겨 영주훈련원까지 '알아서' 와야하는 조건임에도 뜨거운 열기는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교육 뒤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모인 곳은 숙소가 아닌 트레이닝장이었다. 경륜 후보생들이 실제 사용하는 롤러 교육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앞바퀴 자리에 1개, 뒷바퀴 자리에 2개가 달린 롤러는 제 자리서 실제 라이딩과 같은 효과를 내는 훈련시설이다. 경기도 광명 스피돔 3층에서 체험이 가능하나 동호인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독점'을 허락치 않고 있다. 민간 훈련시설 등에 일부 존재하지만 일반인이 접하기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영주훈련원에선 50여명이 동시 훈련이 가능해 동호인들의 갈증을 풀기에 충분하다. 현역 특선, 우수급 선수 신분으로 아카데미를 돕기 위해 참가한 한국경륜선수회 강사들은 이들의 움직임과 자전거 상태를 체크하면서 '갈증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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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 훈련을 통해 몸을 달군 참가자들의 발걸음은 벨로드롬으로 이어졌다. 333.33m의 길이인 영주훈련원 메인 벨로드롬은 국내 1등급 공인 시설이다. 국내엔 총 14곳의 벨로드롬이 존재하는데, 엘리트 선수 및 경륜 경기 탓에 일반인들이 이용 가능한 시설은 드문 편이다. 하루 종일 마음껏 벨로드롬을 누빌 수 있는 '특권'은 경륜아카데미에서만 주어진다. 실력에 따라 3팀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주행, 인터벌로 이어지는 3시간 가량의 훈련 내내 지친 기색 없이 벨로드롬을 질주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200만원으로 실제 경륜 경기에 사용됐던 선수 소유 중고 자전거를 구입해 참가한 이상혁군(16)은 "롤러 훈련부터 벨로드롬 체험까지 내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추어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직장인 김상덕씨(34)도 "흔히 접하기 힘든 시설에서 프로 선수들의 교육을 받으니 확실히 배울 점이 많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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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다가오는 22기 경륜 후보생 모집을 준비하는 참가자들이었다. 다부진 체격과 구릿빛 피부는 한눈에 봐도 '선수'를 연상케 했다. 일반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경륜아카데미'지만 '합격' 목표를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 이재옥씨(27)는 "비선수 출신이다보니 벨로드롬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데, 벨로드롬 이용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지난 기수 시험에서 낙방한 바 있어 의지가 남다르다. 벨로드롬을 한 번이라도 더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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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훈련의 대미는 등판코스가 장식했다. 경륜후보생 인터벌과 다리 근력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코스로, 200m 직선주로를 질주한 뒤 경사도 24%의 언덕을 올라야 한다. 25명의 참가자 모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등판에 성공한 참가자는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약된 도시 환경 속에 사이클을 즐겨야 했던 동호인들은 도전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색한 눈빛을 교환하던 첫 교육과 달리 땀에 흠뻑 젖어 서로를 격려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됐다. 여성 참가자인 양창윤씨(22)는 "지난해 9월 북악산 등판 뒤부터 사이클에 빠져들었다"며 "스피드의 쾌감은 무엇으로도 설명 못한다. 여성들도 꼭 해볼 만한 스포츠"라며 엄지를 세웠다. 장애인 사이클인 텐덤사이클 파일럿 출신인 김은숙씨(26)도 "사이클에 관심이 있는 이들끼리 모여 금방 친숙하게 배울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며 "파워측정 등 다른 프로그램도 생긴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틀째인 19일 인터벌에 이은 개인 기록 측정을 끝으로 교육 일정을 마쳤다.
경륜경정사업본부는 향후 경륜아카데미를 늘려 경륜 인구 증가 및 이미지 재고에 앞장설 계획이다. 4회차 경륜 아카데미는 오는 8월 22~23일 실시되며, 8월 10일부터 모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참가접수 등 경륜 아카데미와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은 트랙바이크(http://trackbikeclub.com)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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