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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후회된다."
부산의 사령탑 자격으로 윤 감독의 마지막 인터뷰는 12일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가 열리기 전이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감독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윤 감독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경기운영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윤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신인 김진규와 이규성을 거명하며 "이왕이면 빨리 기용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후회스럽고, (해당 선수에게)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진규와 이규성은 7월부터 출전기회를 얻은 신인이다. 이들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와 부산의 패스게임과 공격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윤 감독은 "우리 팀 경기가 안풀릴 때에는 기존 멤버들이 뭘 한다고 해도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김진규-이규성이 들어오면서 전에 보기 힘들었던 논스톱 패스도 나오는 등 축구센스와 투지가 돋보였다"면서 "김진규와 이규성은 갖고 있는 능력이 선배들을 긴장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평소 팀훈련 때부터 김진규 이규성이 좋아보였다고 한다.
윤 감독이 그런 재목을 빨리 기용하지 못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항상 코치들과 출전 엔트리를 놓고 회의를 하는데 김진규 이규성을 추천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감독이 "내가 보기엔 괜찮은 애들인데 왜 (엔트리 명단에)적어내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피지컬(신체능력)이 아직 미흡하다'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나왔다. 윤 감독은 "그래 알았다"며 체념하는 심정으로 김진규 이규성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부산의 경기력과 성적은 나아진 게 없었다. 결국 윤 감독은 "언제까지 이런 축구를 해야겠느냐"며 김진규 이규성 출전을 밀어붙였고 효과를 봤다.
윤 감독 딴에는 '한 명의 머리보다 여러 명의 머리를 맞대면 좋을 것'같아서 '민주적인' 의견수렴을 채택한 것인데 민주적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코치들 탓을 하는 게 아니다. 윤 감독은 "이제와서 누구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감독으로서 강력하게 밀고 나갈 일에 강단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의 잘못"이라고 후회했다.
윤 감독이 이런 후회를 했다는 점에서 부산 구단 내부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윤 감독은 지난해 한동안 최하위로 추락했을 때에도 선수 기용을 놓고 이런 후회는 물론 감독으로서 권한에 아쉬움을 표한 적이 없다. 올 시즌처럼 감독으로서 추진력을 내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지지도 않았다.
작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라고는 '약화된 팀 전력'과 프런트 고위층이다. 전임 사장과 단장이 퇴진하고 신임 변명기 사장과 사무국장이 새로 왔다. 약해진 전력은 이유가 안된다. 윤 감독은 평소 "전력보강이 아쉽지만 구단 형편에 맞게 어떻게든 끌고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 감독이 진작에 감독으로서 권한을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 수 없었던 주변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도자 출신의 한 체육인은 "모든 프로 종목이 다 그렇다. 감독이 선수를 기용하는데 코치진 의견을 언제든지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의 구상을 자신있게 관철시키지 못할 정도라면 보이지 않는 압박이나 부담감이 감독의 힘을 흔들었을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영역은 서로 존중돼야 하는데 흔히 '갑'의 입장인 구단측이 선을 넘으면 감독-코치진은 흔들리고 분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감독의 마지막 후회에는 대놓고 말할 수 없은 고충이 숨어있던 듯하다.
한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1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 자격으로 이례적으로 윤 감독의 사퇴와 관련해 사과문을 올렸다.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최근 저희 구단이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부산 아이파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성적부진을 책임지고 사퇴한 윤성효 감독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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