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왜]'칼 빼든' 서정원 vs '안정 제일' 최강희

1-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 클래식 2015 17라운드 경기가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전북 최강희 감독과 수원 서정원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e-mail]

사령탑의 치열한 작전 싸움은 '빅매치'의 묘미였다. K리그 클래식 1위 전북 현대와 2위 수원 삼성이 펼친 '빅뱅'은 뜨거웠고, 치열했다.

수원과 전북이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클래식 17라운드에서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산토스의 극적인 동점골로 수원은 패배를 면했다. 반면 수원전 승리로 독주를 이어가려던 전북은 1분을 버티지 못하고 승점 3점 대신 1점만을 챙겼다. 선두권의 대혈투였다. 승자는 없었다. 하지만 치열하게 수싸움을 펼쳤던 두 사령탑의 얼굴엔 묘한 미소가 흘렀다.

1-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 클래식 2015 17라운드 경기가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 산토스가 후반 동점골을 터뜨리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e-mail]

'변화에 또 변화' 칼 빼든 서정원

경기 시작 1시간전 나오는 선발 출전명단을 보면 보통 상대의 전술과 포메이션을 미리 예상해볼 수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수원의 베스트 11을 본 뒤 "스리백을 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서정원 수원 감독은 "스리백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만큼 서 감독이 내세운 베스트 11은 생소했다. 세 명의 왼발잡이와 중앙 수비수 조성진이 전술의 핵이었다. 중앙 수비수로 양상민과 구자룡을 내세운 서 감독은 주전 센터백인 조성진을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에 세웠다. 왼쪽 라인도 새 얼굴로 채워졌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이 오른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가운데 왼쪽 풀백인 홍 철이 날개로, 최재수가 왼측면 수비수에 자리했다. 김은선의 부상으로 인한 중원 공백을 메우고, 염기훈 봉쇄에 주력했을 전북의 수비 전술을 역이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서 감독은 "조성진이 일본에서 뛰던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를 본 적이 있다"면서 "홍 철과 최재수가 공격도 잘하는 선수들이니 번갈아가면서 공격을 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서 감독은 전북을 공략하기 위해 변화의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서 감독은 승부수로 띄운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재미를 봤다. 전반 초반부터 홍 철을 앞세워 전북의 오른 측면을 공략했지만 부정확한 킥과 상대 수비의 강한 저지에 막혀 공격 루트를 뚫지 못했다. '세트피스=염기훈' 공식을 역이용해, 홍 철에게 맡긴 코너킥도 예리하지 못했다. 반면 산토스와 조성진의 오른발은 공수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 서 감독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다줬다. 산토스는 0-1로 뒤진 전반 25분 중거리 슈팅으로 전북의 골망을 갈랐다. 서 감독은 후반에 홍 철 대신 권창훈을 투입했고, 염기훈을 왼측면으로 복귀시켰다. 이후 한골을 더 허용하자 오른 측면의 이상호 대신 서정진이 투입해 만회골을 노렸다. 이후 공세를 이어가던 수원은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산토스의 극적인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오른발잡이' 조성진은 무승부의 숨은 조력자였다. 조성진은 포백 라인 바로 앞에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며 전북의 막강한 허리진에 맞서 고군분투했다. 상대의 역습은 강력한 태클로 막아섰고, 제공권을 따내 1차 수비 저지선 역할을 완수했다. 서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렀다. 그는 "준비한건 다 보여줬다. 조성진이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고 공중볼을 따내면서 팀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키역할을 해줬다"면서 "작전과 전술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1-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 클래식 2015 17라운드 경기가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양팀이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전북 이동국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아쉬워하는 모습. 수원=허상욱 기자 [e-mail]

FA컵 생각에 '안정' 내세운 최강희, 그러나

최강희 전북 감독은 에두-이동국 투톱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원톱 카드를 내세웠다. 에두가 홀로 최전방을 지켰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포항과의 FA컵(24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최악의 스케줄이다. 쉬어갈 수도, 소홀히 할 수도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안정 제일주의였다. 그러나 수원이 스리백이 아닌 포백을 내세운 것을 파악하자마자 전술에 변화를 주며 유기적으로 대처했다. 최 감독은 이재성을 에두와 같은 라인까지 끌어올려 사실상의 투톱을 가동했다. 이동국이 없어 무게감은 떨어졌지만 에두와 레오나르도, 에닝요 등 외국인 3총사를 앞세운 공격은 막강했다. 전반에만 수원과 7개의 슈팅을 주고 받으며 난타전을 펼쳤다. 전반 20분 에두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은 1-1로 맞이했다. 후반에 승부수는 '투톱'이었다. 후반 13분 미드필더 정 훈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했다. 이동국과 에두의 투톱이 가동됐다. 투톱을 사용하고도 주도권을 되찾아오지 못한 최 감독은 투톱을 단 10분만 사용한 뒤 '원톱' 카드로 회귀했다. 에두와 에닝요를 빼고 김동찬과 이승현 등 공간 침투에 능한 측면 자원을 투입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교체 카드를 사용한지 3분만에 레오나르도가 역습을 이용해 두 번째 골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미드필드를 줄이고 공격수를 늘린 교체카드로 공세를 펼치던 수원의 화력을 막아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1로 리드하고 있으면서도 중원 장악에 실패한 전북은 후반 추가시간에 산토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다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FA컵 때문에 모든것을 쏟아내지 못했던 아쉬웠던 승부다. 그러나 승점 1점을 챙긴 최 감독도 아쉬움 대신 '만족감'으로,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그는 "양 팀 다 최선을 다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지만 승점 1점 챙겼다. 경기 흐름을 빼앗기면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선수들이 매 경기 결승전 같이 동기 유발이 잘 되어 있어 앞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경기력에는 만족감을 보였다. 이어 "FA컵 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 (에두를) 교체했다. 또 김동찬의 컨디션이 좋았다. 침투하는 움직임이 좋아 투입했고, 앞으로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했기 때문에 크게 불만은 없다"고 밝혔다.


수원=하성룡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