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내내 벤치 앞에 서서 선수들을 지휘했던 조진호 대전 감독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려져 거친 숨을 내쉬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승격팀' 대전이 26일 열린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에서 '강호' 수원을 2대1로 꺾고 기다리던 첫 승을 수확했다. 올시즌 개막 후 8경기만에 거둔 감격적인 첫 승,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맞춤형 전술을 위해 일주일간 두 가지 연습에 매진했다. 빌드업이 첫 번째 주제였다. 공격 흐름이 끊기지 않게 수비진에서 미드필드로 볼줄기가 살아나가는 연습에 주력했다. 또 한가지 비책은 공격형 미드필더 김종국의 풀백 변신이었다. 연계 플레이 능력이 좋은 김종국을 오른 측면 수비에 배치해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노림수도 있었다.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4골-5도움)를 기록 중인 수원의 '에이스' 염기훈을 전담마크하는 미션도 내렸다. 조 감독은 "염기훈을 막는 연습을 일주일에 5번이나 했다"고 했다. 조 감독의 전략이 보기 좋게 들어 맞았다. 수원의 강한 공격에 21개의 슈팅을 내줬지만 효과적인 수비 전술로 유효 슈팅은 7개만 허용했다. 역습을 기본으로 한 공격 전개도 효율적이었다. 측면 돌파와 중원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빌드업이 원활하게 진행됐고, 5번의 슈팅을 모두 유효 슈팅으로 채우는 '고효율' 축구를 선보였다. 1-0으로 앞선 후반 13분 미드필더 정서운을 빼고, 공격수 히칼딩요를 투입한 것도 공격 축구에 대한 조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염기훈 봉쇄도 성공적이었다. 염기훈은 총 11개의 코너킥을 시도하며 줄기차게 수원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대전의 밀착봉쇄에 돌파가 수차례 막혔고, 페널티킥으로 1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경기를 마친 조 감독은 "최강팀 수원을 상대로 잘 싸워줬다. 선수들에게 패싱게임과 빌드업을 주문했다"면서 "울산전부터 경기력이 올라왔다. 선수들에게 매경기 도전하자고 했든데 승리를 얻었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원샷원킬' 아드리아노의 부활
아드리아노의 부활은 대전 최대의 숙제였다. 지난 시즌 챌린지에서 27골을 넣은 아드리아노는 7라운드까지 단 1골을 넣었다. 재계약이 늦어져 전지훈련을 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챌린지와 달리 클래식의 강한 압박 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드리아노에게 배급되는 패스의 질도 떨어졌다. 그러나 팀 전체가 공격적으로 나선 수원전에서 아드리아노가 두 골을 폭발시키며 조 감독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했다. 아드리아노는 0-0으로 맞선 후반 2분 유성기의 프리킥을 백헤딩으로 연결, 수원의 골문을 열었다. 이어 후반 36분에는 수원의 수비 뒷공간을 허물며 히칼딩요의 전진 패스를 받아 골키퍼까지 제치고 추가골을 뽑아냈다. 그동안 패스 줄기가 살지 못해 공을 잡는 횟수가 부족했던 아드리아노는 빌드업 과정이 살아나자 줄기차게 수원의 골문을 위협했고, 홀로 4개의 슈팅을 쏟아내며 대전의 첫 승을 이끌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는 아드리아노는 수원전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근 부모님의 한국 방문이 결정돼 기분이 좋은 것도 멀티골의 비결이란다. 조 감독은 "아드리아노의 컨디션이 100%다. 미드필드에서 아드리아노를 향해 나가는 패스 타이밍만 좋으면 15골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조 감독은 "수비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수비적인 축구를 했지만 이제는 지더라도 내가 원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대전은 다음달 3일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한 인천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