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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프로연맹,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 공동 대응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4-21 16:29 | 최종수정 2015-04-22 07:00



"우리 학교는 포항제철고보다 먼저 일어났다. 절반 이상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됐다. 하지만 강압적으로 조용히 하자는 분위기였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탄원서도 강압적이었다. 쉽게 용서받는 것을 보고 유혹에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결국 선의의 피해자가 되더라. 너무 답답했다."

21일 한 학부모로부터 걸려온 암울한 전화였다. 스포츠조선은 이날 K리그 포항 스틸러스 산하 클럽인 포항제철고 일부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노출된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이 학부모는 보도를 접한 후 안타까운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다고 했다. 비단 포항제철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교선수들 사이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이 만연해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영원히 퇴출돼야 할 '사회악'이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물론 합법 체육진흥투표권도 이용할 수 없다. 고교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다. 이들이 성장해 프로선수가 되고, 태극마크도 단다. 풀뿌리 축구가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면 희망은 물론 꿈도 사라진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미성년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축구협회 송기룡 홍보실장은 "소문만 무성하던 미성년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이 현실이 됐다. 프로연맹과 관련회의를 갖고 공동으로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은 먼저 포항제철고의 불법 스포츠 도박 실태를 점검키로 했다. 포항 스틸러스를 방문해 현장 조사하기로 했다. 포항 구단은 이미 일부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사이트 접속과 이용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것이 확인이 되면 징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송 실장은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미성년자 징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본보기 차원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면 축구화도 벗을 수 있다는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떤 징계를 내릴 지는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예방과 단속은 물론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어린 선수들이 읽기 쉽게 만화 형태의 '불법 스포츠도박 교육 책자'도 제작해 모든 팀에 배포하기로 입을 모았다. 또 경기장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경고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어린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로 했다.

송 실장은 "프로연맹은 두 달에 한 번씩 모든 선수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주위를 환기시킨다고 한다. 축구협회도 이참에 아마추어 등록 선수들을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법 스포츠 도박을 상기시키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메시지는 분명하고, 강력해야 한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때는 이미 늦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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