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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무섭다, "3일 간격이 좋다"는 황선홍 감독, 왜?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4-21 17:18 | 최종수정 2015-04-22 07:00



시즌 첫 연승이다.

'제로톱 회귀', 연패 탈출을 위한 황선홍 포항 감독의 묘수였다. 동계 훈련 내내 원톱을 둔 전술에 초점을 맞춰 새 시즌을 준비했지만, 뚜껑을 열자 효과가 크지 않았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원톱 라자르가 '황새'표 '스틸타카'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러자 황 감독은 빠른 결단을 내렸다. 포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술, 2013년 '더블(한 시즌 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했던 황금열쇠인 '제로톱'으로 방향을 틀었다. 효과 만점이었다. 8위까지 처졌던 순위는 순식간에 4위(21일 현재)로 뛰어올랐다.

연승의 원동력을 단순히 전술 변화로만 단정지을 수 없다. 선수들의 신체 리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 주, K리그 클래식은 올 시즌 처음으로 주중(15일)과 주말(18~19일) 경기로 구성됐다. 포항 선수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벌어졌던 5라운드 때의 경기력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선수 변화가 있긴 했지만, 경기 간격이 짧아지자 오히려 더 힘을 내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팀들은 주중과 주말 경기가 겹친 주를 선호하지 않는다. 벤치 멤버가 약해 로테이션 시스템이 힘든 팀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황 감독은 다르다. 그는 21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3일 간격이 더 좋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중과 주말 경기를 통해 선수들 몸 상태도 더 좋아진 모습이고, 경기 몰입도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풍부해진 자원 덕분에 황 감독의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공격쪽에 가용 자원이 많기 때문에 주중 경기로 치르는 게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포항은 지난 3년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를 병행했다. 주중과 주말 경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여기에 FA컵 경기까지 더해져 3~4일 간격으로 10경기를 연달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포항은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FC서울에 3위 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겪으면서 올 시즌 ACL에 출전하지 않게 됐다. 스케줄은 K리그와 간간이 펼쳐지는 FA컵 경기 뿐이었다. 지난 3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많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는 선수들이 나타났다. 몸이 더 무거워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황 감독은 "3년간 3~4일 패턴으로 경기를 했다. 일주일 패턴으로 바뀌면서 컨디션 조절이 어렵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포항이 넘어야 할 산이다. 황 감독도 인정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경기하는 리듬을 찾을 필요가 있다." 황 감독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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