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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잠재운 '울산 트윈타워', K리그 태풍 예고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3-15 17:19 | 최종수정 2015-03-16 07:42


◇양동현(왼쪽)-김신욱.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상황에 따라선 김신욱-양동현이 함께 뛸 수도 있다."

지난 8일 FC서울전을 마친 뒤 내놓은 윤정환 울산 감독의 말이다.

김신욱과 양동현, K리그를 대표하는 타깃맨이다. 뛰어난 체격과 제공권 장악 능력을 갖춘 두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 수비진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다. 그러나 비슷한 플레이 성향 탓에 '공존'이라는 화두의 해답은 언제나 물음표였다. 원톱을 고집해 온 그간의 울산 전술을 봐도 두 선수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은 그리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윤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울산 트윈타워'가 동해안 더비에 떴다. 윤 감독은 15일 포항스틸야드에서 가진 포항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양동현을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후반 2분 손준호(포항)에 동점골을 내주며 팽팽한 1-1 흐름을 이어가던 후반 11분 벤치에 앉아 있던 김신욱을 호출, 트윈타워를 가동했다. 지난해 몇 차례 김신욱-양동현 트윈타워가 가동된 시기가 있었지만, 위력이 확연히 드러나진 못했다. 윤 감독이 과연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양동현 마크에 집중하던 포항 수비진은 김신욱이 투입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포항은 김신욱 투입시 수비진이 더블마크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김신욱 뿐만 아니라 양동현까지 가세하면서 마크에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후반 17분 포항 수비진이 김신욱 양동현 마크에 집중하면서 마스다에게 중거리슛 기회가 열렸고,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됐다. 4분 뒤에는 평범한 백패스 상황에서 김준수가 양동현을 신경쓴 나머지 골키퍼 신화용과의 소통미스로 쐐기골까지 헌납했다. 김신욱은 후반 32분 포항 티아고의 추격골이 터진 직후 전개된 공격 상황에서 중거리포로 득점을 기록, 명불허전의 기량을 과시했다. 윤 감독은 경기 후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치기 위해 김신욱 양동현을 투톱으로 내세웠다"며 "큰 소득을 얻은 것 같다. 김신욱이 들어가면서 상대 수비가 흔들리는 것을 보였다. 2선에서 양동현도 잘 움직였다. 둘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연습경기도 뛰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포항전에서 확인한 트윈타워 효과는 앞으로 울산의 히든카드가 될 전망이다. 리그 초반 양동현이 선발 라인업에 자리를 잡고 있으나, 김신욱도 언제든 출격 가능하다는 점을 포항전을 통해 증명했다. 두 선수의 동시 투입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두고 있던 윤 감독도 앞으로는 상대 수비 성향에 따라 두 선수의 출전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활로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선에 따르따 김태환 제파로프 등 패스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지원까지 가세한다면 위력은 포항전 4골을 뛰어 넘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동반 투입을)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두 선수가 컨디션이 좋고 좋은 호흡을 맞춰주면 함께 뛸 수 있는 시간은 분명 올 것"이라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서울에 이어 포항까지 완파한 울산발 강풍이 시즌 초반 태풍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울산 트윈타워'가 판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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