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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전에서 확인한 '멘탈 甲' 구자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9-29 13:35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을 가르친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칭찬이 있다. "멘탈에 있어서는 가르쳐 본 선수들 중 최고다."

구자철은 좀처럼 기복이 없다. 목표가 정해지면 흔들림없이 간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구자철은 감독 입장에서 이뻐할 수 밖에 없는 선수다. 정신적으로 매우 강인하다. 구자철을 데리고 있지 않으면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잘 알 수 없다"며 구자철의 정신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피드, 드리블, 패싱력, 슈팅력 등 눈에 띄는 특출난 장기가 없이 구자철이 한국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 된 것은 이같은 정신력 때문이다.

28일(한국시각)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3~20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7라운드에서 구자철의 정신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구자철은 이날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구자철은 올 시즌 개막 후 전경기 선발 출전했지만, 이날만큼은 선발 출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호펜하임과의 6라운드에서 보여준 실수에 대한 잔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터 헤킹 감독의 구자철에 대한 신뢰는 생갭다 단단했다. 구자철은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사실 치명적인 실수 후 다음 경기는 선수입장에서 쉽지 않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자철은 평소와 다름없는 평점심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칭찬받을 부분이 있다.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헤킹 감독은 '강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하기 위한 '깜짝 카드'로 구자철을 오른쪽 날개로 기용했다. 수비력이 좋은 얀 폴락과 루이스 구스타보가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수비 가담이 좋은 구자철을 측면으로 기용해 상대의 공격력을 무마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주 포지션이었다고는 하나 구자철에게 오른쪽 날개는 오랜만에 뛰는 위치였다.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적응에 성공했다. 구자철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높은 공헌도를 보였다.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낯선 포지션에 대한 두가지 부담감을 보기 좋게 뛰어넘었다.

구자철은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현지 언론도 구자철에 팀내 최저인 평점 5점을 줬다. 그러나 평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빼어난 정신력과 헤킹 감독의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바이에른 뮌헨전은 의미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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