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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이었다.
유럽파는 대부분 공격수에 집중돼 있다. 이들에게 내려진 임무는 골가뭄 탈출이었다. 유럽파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일 아이티전부터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이날 홍 감독은 전반 세 명의 유럽파를 선발로 내세웠다. 원톱 지동원(선덜랜드)를 비롯해 왼쪽 윙어 손흥민(레버쿠젠)과 왼쪽 풀백 박주호(마인츠)였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유럽파는 '1000만유로의 사나이' 손흥민이었다. 지긋지긋한 골가뭄을 해갈시켰다.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단 20분이면 충분했다. 멋진 선제골을 뽑아냈다. 아크 서클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친 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단순한 윙어가 아니었다. 홍 감독의 노림수였다. '손흥민 시프트'가 가동됐다. 홍 감독은 즐겨쓰는 4-2-3-1 포메이션에서 섀도 스트라이커 이근호(상주)가 조금 더 전진배치시켰다. 전술 형태는 4-4-2에 가까웠다. 왼쪽에 포진한 손흥민을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홍 감독의 포석이었다. 4-4-2는 4-2-3-1 전술보다 위치변화에 용이하다. 왼쪽에 포진한 손흥민은 중앙을 지키던 지동원 이근호와 수시로 포지션 체인지를 했다. 왼쪽, 중앙, 최전방까지 손흥민의 영역에는 한계가 없었다.
특히 손흥민은 후반 27분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이청용의 침투패스를 이근호가 살짝 방향을 바꾸자 손흥민이 가슴 트래핑 이후 골키퍼까지 제친 뒤 팀의 4번째 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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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0분에는 김보경(카디프시티)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보경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용됐다. 김보경은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상대를 위협했다.
유럽파들은 기존 선수들과 4일 밖에 발을 맞추지 못했지만, 역시 축구센스가 뛰어났다. 홍 감독의 전술도 제대로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홍 감독이 믿고 쓸 수밖에 없는 유럽파들이었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