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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있던' 카디프, 김보경이 녹일까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8-19 13:43


ⓒ 카디프시티 공식홈페이지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카디프가 이번엔 1위로 깔끔하게 EPL 입성을 확정 지었다. 같은 동네의 스완지가 먼저 승격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걸 보면서 배가 많이 아팠을 이 팀의 속사정과 2부리그로 향해 승격을 이끈 김보경의 활약에 상당한 관심이 쏠린 게 사실. 하지만 EPL 첫 경기에 나선 그들은 지나치게 얼어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짝 풀리는 느낌은 줬으나, 결국 웨스트햄 원정에서의 2-0 패배까지 막아내진 못했다.

카디프의 90분을 보면서 약체 팀을 맡아 수심이 깊던 어느 감독의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로 상대 선수와의 경합에서 엉덩이를 뒤로 빼는 순간, 전술과 전략은 모두 무의미해져요.". 카디프 역시 이 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위축되고 주눅이 든 이들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고, 무언가 특별한 걸 만들어내기엔 한참 부족했다. 필드 플레이어 전체가 수비에 성실히 가담한 듯했던 장면도 따지고 보면 잘 갖춰진 전형을 유지했다기보다는 정신없이 오합지졸로 밀려난 상태였다. 선수들 사이의 간격은 엉망이 되고 동료들 간의 동선이 겹치며 헤매는 동안 상대는 더욱 매섭게 몰아쳤다.


ⓒ SBS ESPN 중계화면 캡처
얼어있는 눈 위로 이른 실점이라는 서리까지 쌓였다. 카디프는 전반 13분 조콜에게 선제골을 빼앗겼는데, 그 과정이 카디프의 문제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박스 내 수비 숫자와 상대의 크로스 궤적을 따졌을 때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상대 공격수들이 니어&파 포스트로 찢어 들어오면서 수비를 혼란스럽게 한 것도 아니기에 엄청난 판단을 요하지도 않았다. 경기 내내 구멍이 된 오른쪽 수비 진영에서 볼이 너무 쉽게 올라오길 반복했고,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와의 호흡이 완벽지 못하면서 평소만큼의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한 게 문제였다. 더욱 경직된 수비는 볼의 흐름에 시야가 갇혀 상대를 풀어놓기 일쑤였고, 여기에서 추가 골까지 터지며 무너졌다.

공격적으로도 아쉬움이 컸다. 메델-군나르손의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에서 제대로 된 볼 배급에 실패했을 때, 카디프는 웨스트햄 진영으로 넘어가 정상적으로 볼을 점유하며 상대를 공략해낼 수가 없다. 위팅엄이 배치된 왼쪽 날개는 사실상 꺾여있었고, 종적인 움직임에 횡적인 이동까지 보인 벨라미도 활동량 대비 번뜩이는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다. 상황이 이러했을 때, 그나마 상대 골문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건 김보경의 역습. 뒤로 밀려난 팀 사정 속, 본인의 스피드를 살린 공격 전환에 과감하게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은 얼어있던 카디프에 큰 위로였다. 그 외에도 이 선수는 폭넓게 움직이며 파울을 유도해 상대 허리에 부담을 주었고, 빈 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주며 지속적으로 팀의 공격을 북돋았다.

카디프로선 '뜨거운 감격'과 '차가운 현실'을 동시에 마주한 경기였다. 평소보다 높고 넓은 무대에 올라섰는데, 호흡이 안 터져 정신도 못 차리는 동안 초반부터 골까지 얻어맞아 꼬일 대로 꼬였다. 많은 걸 욕심내기보다 EPL이란 무대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 때. 경직된 플레이가 '얼음 땡!'하고 봄날 눈 녹듯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김보경의 플레이가 어떤 식으로 얼어있는 그들을 녹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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