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주와 대구의 23라운드가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 경기 전 백종철 대구 감독이 박경훈 제주 감독을 만나기 위해 제주 라커룸을 찾았다. 박 감독과 백 감독은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절친'이다. 과거 청구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박 감독은 오른쪽 풀백으로, 백 감독은 2선 공격수로 활약하며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함께 뛴 추억이 있다. 박 감독은 백 감독과 함께 한 청구고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처럼 즐겁게 볼을 찬 적이 없다. 나가면 이겼다. 둘이서도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며 웃었다.
두 '절친'이 만나자 라커룸은 '만담장'이 됐다. 박 감독과 백 감독은 '톰과 제리'처럼 연신 티격했다. 박 감독이 "새롭게 온 감독이 잘하니까 기존 감독들이 파리 목숨이 되는거야"라고 하자, 백 감독은 "우리보고 좋아졌다고 하는데 막상 별로 이기진 못했어"라고 응수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았다. 박 감독은 대구가 연습할 장소가 없어 고민하자 흔쾌히 클럽하우스에 있는 연습장을 빌려줬다. 앞마당을 빌려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운동장 상태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백 감독이 "운동장도 엉망이었고, 너무 더울때 줬어"라고 투덜거리자, 박 감독이 "그렇게 더울 줄 알았나. 우리도 제대로 훈련 못했어"라며 대응했다. 경기 며칠전에는 맞임대생 이진호(제주)와 최원권(대구)이 뛸 수 있도록 합의하기도 했다. 임대생은 원소속팀과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하지만 박 감독과 백 감독은 "서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들의 리듬을 끊는 것보다 뛰게 하는 것이 낫다"며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대구가 사장이 바뀌는 등 사정이 여의치 않아 구단간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백종철 대구 감독
승부 얘기로 돌아가자 마냥 웃지는 못했다. 양 팀의 상황이 모두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는 그룹A 진입의 갈림길에 서있다. 대구도 강등권에서 치열한 사투를 펼치고 있다. 박 감독은 "서로 이겨야 하는 입장이다. 절친들끼리 중요한 고비에서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경기는 양 팀 사정을 반영하듯 치열하게 진행됐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제주는 페드로와 송진형을, 대구는 레안드리뉴와 황일수를 앞세워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무더위 탓에 집중력에서 아쉬운 모습이었다. 후반 강수일과 황순민이 골을 주고 받은 양 팀은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1차전에서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데 이어 두 번째 '절친더비'도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