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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반전의 남자' 이 용, 뒤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8-15 17:07 | 최종수정 2013-08-16 08:59


14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페루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 이용과 페루 에디손이 볼을 다투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만추가경(晩秋佳景).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라는 의미다. 홍명보호의 오른쪽 풀백 이 용(27·울산)을 잘 설명하는 고사성어다.

이 용은 대학 진학을 앞둔 2004년 영등포고 3학년 시절 유급을 택했다. 빠른 스피드를 비롯해 기술, 축구센스 등 다양한 장점을 갖췄지만 근력과 파워가 부족했다. 2006년 중앙대에 입학할 당시에도 성공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조정호 중앙대 감독은 이 용에게 1년이란 시간을 부여했다. '파워 업'의 숙제를 내줬다. 조 감독은 "용이가 1년 안에 스스로 단점을 극복하지 못할 때는 축구선수 대신 일반 학생으로 전향시키려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 용은 조 감독의 숙제를 잘 풀었다. 강도높은 웨이트훈련으로 무릎에 힘을 길렀다. 문제점이 고쳐졌다. 파도가 치는 듯한 주법이 사라졌다. 낮은 자세로 상대 공격수들을 차단하던 수비력도 더 안정감을 찾았다. 무엇보다 킥력이 향상됐다. 측면에서 활처럼 휘면서 문전으로 배달되는 크로스의 날카로움이 배가 됐다.

이 용이 두각을 나타낸 건 대학 4학년 때부터다. 연령별 대표팀에도 한 번 발탁된 적이 없던 그가 대학 선발과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선발됐다. 유급을 한 덕을 봤다. 발탁된 선수들보다 한 살이 많아 주장 완장도 차봤다.

2010년, 프로에 데뷔한 이 용에게 행운이 따랐다. 2군을 전전하던 시즌 초반에 기회가 찾아왔다. 오범석이 A대표팀에 차출돼 풀백 요원이 필요했다. 이 용은 김호곤 울산 감독의 부름을 받고 1군에 합류, 컵대회를 포함해 25경기를 뛰었다. 이듬해 오범석이 수원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이 용은 부동의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은 좌절과 환희가 교차했다. 시즌 초반 오른무릎 내측 파열 부상을 했다. 3개월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부상을 털어내자 빠르게 부활했다. '철퇴축구' 울산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견인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가장 헌신적이고 발전한 선수로 거침없이 이 용을 뽑았다.

하지만 대표 경력이 전무한 것은 축구인생의 '옥에 티'였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인내했다. 이 용의 믿음은 지난달 11일 현실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그를 불렀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달 24일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홍 감독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인상적인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당장 주전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김창수(가시와)를 우측 풀백으로 복귀시켰다.


보름 뒤 반전이 일어났다. '홍명보호 2기'에서도 살아남은 이 용은 14일 페루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페루의 측면 공격수 망코와 플로레스를 지웠다. 안정된 수비, 미드필드진과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는 칭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원 팀' 정신을 표출해내기 위해 노력한 이 용이었다.

홍 감독이 발견한 K-리그산 원석 이 용의 경쟁력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만 28세가 되는 2014년에는 대표팀의 풍부한 경험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용의 브라질행 꿈이 영글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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