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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전]GK 김승규의 발견, 골결정력 부재 아쉬움 날렸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8-14 22:18


14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페루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 페루 클라우디오의 슈팅을 한국 김승규 골키퍼가 막아내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8.14.

'정성룡 천하'가 깨졌다. A대표팀의 골문에 새 얼굴이 섰다. 주인공은 김승규(23·울산)였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14일 페루와의 친선경기에 '믿고 쓰는 수문장' 정성룡(수원) 대신 김승규(울산)에게 골문을 맡겼다.

그 동안 대표팀 골문은 '철밥통'으로 통했다. 주전 골키퍼가 심각하게 불안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백업 골키퍼는 영원한 백업으로 남는 것이 현실이었다. 정성룡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부터 '거미손' 이운재(현역 은퇴)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꿰찬 뒤 좀처럼 백업 골키퍼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과 최종예선을 모두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조별예선 3경기를 비롯해 8강전, 3~4위전을 모두 뛰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을 지휘하던 홍명보 감독이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로 낙점했다.

정성룡은 홍 감독의 A대표팀 감독 데뷔전에도 어김없이 중용됐다. 7월 동아시안컵 3경기를 모두 뛰었다. 그러나 페루전에는 기류가 바뀌었다. 홍 감독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출발점은 골문이었다. '신예' 김승규가 주전 골키퍼 장갑을 꼈다. 생애 첫 A매치 데뷔였다.

김승규는 홍 감독이 이끈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그러나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미미했다. 출전 경기가 적다보니 경기력도 들쑥날쑥이었다. 2008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승규는 김영광이라는 큰 벽에 막혔다.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지난 시즌까지 5년간 K-리그 출전은 23경기에 불과했다. 부상에 울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손가락을 다치면서 본선에 나서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2013년은 김승규에게 기회의 해였다. 올시즌 초반 김영광이 부상을 틈타 주전으로 도약했다. 22라운드까지 진행된 클래식에서 19경기에 출전해 16실점을 기록중이다. 무실점 경기도 무려 9경기나 된다.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김승규의 임대를 생각했다. 아까운 자원이 경기에 나설 기회가 적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클래식 여러 팀에서 김승규를 원했다. 그러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결국 울산에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약이 됐다.

김승규의 장점은 강한 정신력이다. 소속팀에서든, 대표팀에서든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홍 감독은 페루전에 김승규를 선택했다. 이날 김승규는 홍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두 차례 동물적인 감각으로 골을 막았다. 전반 43분 상대의 기습 슈팅을 다이빙하면서 쳐냈다. 또 후반 29분에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날린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의 강력한 왼발 슈팅을 감각적으로 펀칭했다.


김승규의 발견은 또 다시 드러난 골결정력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수원=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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