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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을 틀 해결책, 결국은 골이다.
"골 가뭄을 해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선수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48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그 시간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페루전을 앞둔 홍 감독의 솔직한 심경이다.
하루 아침에 한국 축구의 해묵은 과제인 골 결정력을 해소할 수는 없다. 그럼 과연 해법은 없을까. 원톱이 고립되는 순간, 공수밸런스가 무너지는 순간, 슈팅에 지나치게 인색할 경우 골은 더 멀어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약속된 전술과 위치 이동을 통해 간극을 최대한 좁힐 수는 있다.
동아시안컵에선 다소 문제가 있었다. 원톱과 새도 스트라이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박수받을 만 했다. 빈공간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이동에 따른 빈공간을 누구도 메워주지 못했다. 더블 볼란치가 라인을 끌어올리지도 않았고, 포지션에 따른 약속된 위치 이동도 나오지 않았다.
연쇄적인 부실이었다. 더블 볼란치와 최전방 공격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중원의 수적 열세로 컴팩트한 축구를 펼치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측면 공격도 생산적이지 못했다. 단단한 수비에 비해 화력이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원의 중심추가 제대로 작동해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약속된 전술 지시는 필수다. 홍 감독이 첫 날 훈련에서 각 포지션별로 두 명씩 세워 공간과 위치 이동에 따른 조직력을 가다듬은 것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원톱도 골가뭄의 덫에서 탈출해야 한다. 동아시안컵에서 유일하게 골을 터트린 주인공은 원톱이 아닌 미드필더 윤일록(서울)이었다. 홍명보호의 원톱은 전통적인 개념이 아니다. 수비 역할도 해야하고, 중앙과 좌우로 쉴새없이 움직이며 활로를 뚫어야 한다. 제로톱에 가까운 전형이다. 원톱은 더 많이 뛰어야 한다. 집중력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 경기에 골 기회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찬스를 잡으면 더 침착해야 한다. 그래야 골과 만날 수 있다.
슈팅도 아껴서는 안된다. 지나친 연계 플레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페루의 진용은 정상급이다. 기회가 왔을 때 누구라도 골문을 조준해야 한다. 그래야 골 넣을 확률도 높아진다.
홍 감독은 '한국형 전술'로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형 전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마침표가 수반돼야 한다. 페루전은 승패를 떠나 첫째도 골, 둘째도 골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