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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노동자에서 잉글랜드 대표 FW로, 램버트 스토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8-14 06:02


◇리키 램버트. 사진출처=사우스햄턴 구단 홈페이지

공장 노동자가 축구 종가의 골잡이로 웸블리 스타디움에 선다.

잉글랜드 팬들의 눈이 사우스햄턴의 베테랑 공격수 리키 램버트(31)에게 쏠려 있다.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은 14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가질 스코틀랜드와의 친선경기 소집명단에 램버트를 포함시켰다. AFP통신은 '스코틀랜드전이 다가오면서 램버트가 쓴 감동 스토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램버트의 출발은 초라했다. 2000년 18세의 나이로 입단한 블랙풀이 그에게 제시한 조건은 '2년 인턴' 계약이었다.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으로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램버트는 2년 동안 사력을 다했으나, 계약 연장에 실패한 채 방출됐다. 자유계약(FA)신분이 됐으나, 그를 찾는 구단은 없었다. 자포자기한 램버트는 고향인 커크비 인근의 식료품 가공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노동의 대가로 받은 월급은 새롭게 선수생활을 시작한 아마추어팀 매클스필드FC의 연고지 매클스필드까지 가는 교통비에 들어갔다. 램버트를 연습생 신분으로 받아들였던 매클스필드는 숨겨진 재능을 확인한 뒤 계약을 제안했다. 램버트의 짧지만 눈물겨웠던 공장 노동자 생활이 종료된 순간이다.

고난은 이어졌다. 여러 팀을 떠도는 저니맨 신세가 됐다. 매클스필드에서 골잡이로 이름을 떨쳤으나, 스톡포트와 로치데일, 브리스톨 등 하부팀을 전전하는 그저그런 공격수였다. 하지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리그1(3부리그)에서 두 시즌간 48골을 넣으며 사우스햄턴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램버트는 사우스햄턴에서 날개를 달았다. 첫 시즌엔 36골, 두 번째 시즌엔 21골을 기록하면서 팀을 챔피언십(2부리그) 승격으로 이끌었다. 이후 챔피언십에서 31골을 기록하면서 사우스햄턴과 함께 꿈의 EPL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램버트는 빈약한 사우스햄턴의 지원 속에서도 지난 시즌 15골을 기록하면서 결국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의 지위를 얻기에 이르렀다. 이번 대표팀에서 램버트는 웨인 루니(맨유)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잭 윌셔(아스널) 등 쟁쟁한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훈련했다. 상상이 현실이 된 셈이다.

램버트는 영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에도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돈이 없지만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했다. 결국 기회가 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표팀) 주전이 되는게 목표다. 대표팀에 온 이상 좋은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 상대가 누구든 내 실력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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