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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 한국축구는 승부조작 망령에 사로잡혔다. 당시 한국축구의 근간이 흔들렸다. '발본색원'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이뤄졌다. 2년여가 흘렀다. 여전히 상처의 조각은 남아있다. 최근 승부조작의 전 단계인 불법 베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베팅 관련자는 4월부터 적발되기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챌린저스리그(4부 리그) 7~8라운드에서 5명의 불법 베팅 관련자를 현장에서 적발했다. 협회는 2년 전부터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사이트의 밀접한 연관성을 확인한 뒤 경기국 직원들과 경호업체 직원들을 챌린저스리그 경기장에 파견, 불법 베팅 중계요원을 골라내고 있다. 협회가 색출해낸 인원만 20여명에 달한다.
K-리그 무대에선 지난달부터 속속 잡히고 있다. 7월 6일 K-리그 챌린지 광주-충주전부터 13일 성남-포항전, 31일 대전-인천전, 서울-제주전, 경남-울산전에서 관련자가 적발됐다. 서울-제주전에선 연맹의 암행감찰 효과가 나타났다.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연맹은 지난주 각 구단에 불법 베팅이 의심되는 인원에 대한 제보 홍보 영상물을 제작해 전광판에 소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게다가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 베팅 중계 방법을 파헤치기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클린스포츠통합콜센터'를 운영,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더불어 경기 관계자들의 계좌를 파악해 특정 시간 대 특정 금액이 베팅이 되면 알려주는 이상징후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대처는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베팅 중계요원을 적발해도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맹 관계자와 통화를 한 뒤에야 사건을 인지한다고 한다.
강력한 처벌도 절실하다. 4월 협회에서 적발한 불법 베팅 중계요원들은 5월 4일 인천지법 부천지청에서 약식명령을 받아 100만원의 벌금만 냈다고 한다. 100만원만 내면, 다시 불법 베팅 중계를 할 수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연맹과 경찰청간의 긴밀한 연계 시스템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부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