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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이 인기가 없다'고, 넌센스다. 스토리가 있는 그라운드, 팬들이 움직였다.
시계를 다시 돌려놓은 최용수 서울 감독과 희생양 서정원 수원 감독, 희비의 색깔을 떠나 두 사령탑 모두 영원히 잊지 못할 한 여름밤이었다.
트라우마와 중용의 미학
반면 최 감독의 철학은 '중용'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서울만의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관건이라고 했다. 때는 왔다고 했다. "우리가 선제골을 넣으면 많은 골이 나올 수 있다. 설사 실점을 먼저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뚜껑이 열리자 수원의 조직적인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서 감독은 "서울은 볼을 끊었을 때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이 많다. 노렸다. 서정진 홍 철 조동건 산토스에게 포지션을 바꿔가며 공간을 노리라고 주문했다. 그것이 잘 맞아 떨어졌다. 밑에서는 이용래와 오장은이 빈공간을 메우면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수원전 트라우마가 느껴지는 듯 했다. 무거웠다. 흐름을 바꾼 것은 전반 13분이었다. 윤일록이 신세계의 옐로카드를 끌어낸 뒤 서울 특유의 볼점유율 높은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사실 전반 12분까지는 상대가 좋은 흐름을 가지고 강한 압박이 들어올 줄 몰랐다. 당황스러웠다. 고비였지만 위기를 넘기면 우리에게 페이스가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대성 고요한 윤일록은 대표선수 다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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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의 예상은 빗나갔다. 서울의 아킬레스건은 수비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슈퍼매치의 주연은 서울의 수비였다. 중앙수비수 아디와 김진규가 전반 29분과 후반 8분 세트피스에서 헤딩으로 릴레이골을 터트렸다. 수비 또한 견고했다. 서 감독은 "우리도 경기하기 전에 알고 들어갔다. 세트피스 수비시 조직적인 맨투맨을 지시했다. 그러나 공격수를 놓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며 아쉬워했다.
최 감독은 미소로 가득했다. "높이에서 유리한 상황이었고 우리 수비수들도 공격 본능을 갖고 있다. 골을 넣고 싶어한다. 데얀과 몰리나가 골을 못 넣는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득점을 해주니 소중한 경기에서 우리 팀의 장점이 되어가고 있다. 데얀의 득점포가 가동되면 득점 루트가 더 다양해질 것이다. 희망적이다."
수원은 조지훈이 후반 34분 추격골을 터트렸지만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두 골차로 지고 있었기 때문에 교체 선수로 어린 선수들이 들어갔다. 추평강 김대경 조지훈이 들어갔는데 큰 경기에서 잘 해주었다. 미래의 큰 힘이 될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교체 카드에 미스가 있었다. 전반 오버페이스로 대부분의 공격수들이 후반 중반 이후 축 늘어졌다. 교체되지 않은 서정진은 볼이 오면 키핑하기 조차 힘들어 할 만큼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최 감독의 영리한 경기 운영에 수원이 당했다.
에필로그
슈퍼매치가 악몽이었다. "신은 공평하다. 신께서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상처였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패배했다. 이기고도 싶지만 안되더라. 깨끗이 패배를 인정한다." 아팠다. 선수들에게 드러내놓고 표출하지 못했지만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원에 패하면 잠을 못이뤘다. 새벽 '몽유병 환자'처럼 집주위를 배회하며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지난해 대행 꼬리표를 뗀 첫 해 챔피언에 오르며 K-리그 최고의 사령탑에 오른 그의 유일한 오점이 사라졌다. D-데이, 그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포효했다. 마지막 관문인 수원을 넘으며 전 구단 상대 승리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모두가 모두를 위해 싸운 경기였다. 정말 간절히 수원을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까 조금 허무하다. 3년 동안 어려운 시간이 많이 떠올랐다. 끝나고 밝은 표정을 보니까 새로운 책임감이 생겼다." 최 감독의 미소 속에 세월의 애환이 녹아 있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